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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21대 국회 협치, 공염불되나

2020-06-05기사 편집 2020-06-05 07:31:29      송연순 기자 yss83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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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18개 상임위원장 독식 밀어붙이기
야, "법사위·예결위 위원장 양보 불가"
국민에게 실망만 주는 국회 재연 우려

첨부사진1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규정했다. 이는 인간이 서로 무리를 이루면서 살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는 인간이 동물이기는 하지만 언어를 통해 대화하며 공동체를 이뤄 폴리스(polis)라는 도시국가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했다.

'폴리스'는 아테네처럼 자유롭고 평등한 자유로운 시민이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치, 즉 폴리틱스(politics)도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를 뜻하는 폴리스에서 유래됐다.

정치는 우리 삶의 일부다. 인간은 정치에서 벗어나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 가운데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한다. 이 말속에는 정치가 협상과 타협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독일 출신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정치는 인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형태의 활동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에 대한 관점과 정의는 다양하다. 정치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 및 행사, 통치 기술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오늘날에는 타협과 중재, 협의를 통해 갈등의 조정과 해결이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정치를 권력관계로 보는 관점에서는 정치가 주로 지배와 종속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정치라는 면에서 정치는 양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법학자인 모리스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정치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라고 여겼다. 정치란 '투쟁'과 '질서'라는 두 가지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는 것이다. 뒤베르제는 정치의 핵심적 논리를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사회란 늘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이 보다 성숙된 통합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치란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나 수단 등으로 이해된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지난달 30일 시작됐다.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 처음으로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지난 20대 국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더욱이 여야는'협치'와 '일하는 국회'를 외쳤다. 지난 20대 국회는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만 몰두하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법안 처리도 37%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1대 국회도 초반부터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을 보이면서 20대 국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회 개원을 앞두고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여야 간 기(氣) 싸움은 초반부터 '협치'보다는 '갈등'과 '반목'이라는 순탄치 않은 여정을 예고하는 것 같다. 현재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는 점이다. 법사위는 국회의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임위이고, 예결위는 예산 편성 주도권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상임위 구성 관련,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는 상임위 독점 입장을 고수하며 미래통합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177석의 절대 과반을 선택한 국민의 뜻에 따라 안정적 국회 운영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상임위 독점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은 행정부의 일방통행 견제를 위해서라도 법사위와 예결위 위원장 자리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대 여당이 야당에 원 구성과 관련, 협상이 아닌 일방적 통보를 하면서 법정시한내 상임위 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21대 국회는 협치에 기반을 둔 '일하는 국회'가 될지, 여야 갈등으로 점철된 '식물 국회'가 될지 기로에 놓였다.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는 국회가 재연될까 우려된다. 송연순 편집부국장 겸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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