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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들

2020-06-05기사 편집 2020-06-05 0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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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고경옥 큐레이터
곧 현충일이다. 어린 시절 현충일이 되면 고개를 숙이고, 사이렌 소리에 맞춰 일제히 묵념을 했다. 그런데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런 행위가 너무 피상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전쟁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충일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은 참 다채롭다. 식민지와 분단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피해자로서의 집단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게다가 가해국인 일본의 사죄나 인정이 없는 상황은 그 아픔과 고통을 영원히 현재진행형으로 만든다. 그에 비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의 나라 독일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속죄, 전범국가로서 다시는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면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각종 기념비 조각물을 제작했고, 여러 예술프로젝트도 진행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홀로코스트 기념비 조각이 미술을 남용하는 것이고, 전쟁을 일으킨 이전 세대와의 빠른 분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카운터 모뉴먼트(Counter Monument, 반기념물)운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게르츠부부(Gerzes)는 1986년에 12미터의 기둥을 세우고, 시민들의 참여로 땅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하르부르크 반파시즘 기념물'을 진행했다. 또한 호로스트 호하이젤(Horst Hoheisel)은 1987년에 깔때기 모양의 분수가 12미터 지하로 들어가는 네거티브 형태의 기념물로 부재를 기억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이러한 독일의 홀로코스트 기념비와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시작된 '카운터 모뉴먼트' 모두 과거의 기억을 공동체에게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의한 역사의 피해자로만 주장하지만, 베트남전쟁사에서는 피해·가해의 입장이 뒤바뀐다. 비록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참여했지만, 베트남전쟁에서 우리나라가 벌인 끔찍한 흑역사는 여러 연구들이 확인시켜준다. 우리나라는 피해자로서의 사죄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역사에도 직면해 베트남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영원한 피해자·가해자는 없다. 나선형처럼 얽힌 역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현충일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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