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김용운 글/ 맥스미디어/ 380쪽/ 2만 원)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한국 수학사 확립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故 김용운 박사의 신간이 발표됐다. 故 김용운 박사는 폐암 투병 중에도 지난해부터 집필 활동을 이어 갔고 지난달 30일 별세하면서 이 책은 그의 유작이 됐다.

저자는 한국사에 되풀이해 나타나는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으로 대한민국의 내일은 `이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비한국적인 한국인들이 등장하고 IT와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교육으로 한국인의 국가이성을 높여야 할 때다. 오늘날 절대 한 분야의 지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철학, 수학,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가 통합적으로 어우러진 개인의 이성이 필요하다. 이 책은 모든 분야의 지성을 아우르며 이를 통해 국민이 가져야 할 이성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 준다. 또한 저자가 이끌어낸 총합적 가치와 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은 시대 상황에 대한 고뇌로 탄생한 대작가 헤르만 헤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유리알 유희`와도 그 맥이 같다.

`이성`이라 하면 인문학적 사상만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이성은 수학적 개념인 `증명`의 정신이다. 증명은 논리에 있고 논리는 이성에서 나온다. 이성과 증명의 연결 고리는 소크라테스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증명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리고 이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의심의 유럽의 이성주의와 합리주의의 전통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인간이 `맨 처음 생각`한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스인은 하늘과 땅을 끝없는 유클리드 공간처럼 상상했으며 땅을 바다처럼 직선으로 무한히 뻗어 있는 것으로 인식했고 중국인은 네모난 땅을 하늘이 구형으로 덮고 있는 것으로 상상했다. 공간, 즉 기하학은 환경에 따라 인간이 가진 생각의 방향을 다양하게 펼치게 했다. 그렇게 기하학으로 이성을 정립한 인류는 철학적 사유와 인문학과의 융합을 통해 이성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왔다.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학문의 융합은 이성을 더욱 발전케 했고 이러한 이성의 발달로 서구 사회는 `믿어야 할 것은 오직 인간의 이성`임을 일찍이 깨달았다.

이 책의 저자 故 김용운 박사는 서구 사회에 일찍이 자리 잡은 이성이 한국에는 철학으로 여과돼 정립될 역사적 공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사에서 되풀이된 위기와 강대국에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서 한국이 마주해 온 정치·외교적 위기의 원인을 우리 민족의 원형에 대한 성찰과 이성적 사유 부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이성에 대해 성찰하고 정립할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민족성이 부정적으로 발현됐고 그 결과 같은 위기가 되풀이해 나타난다고 봤다. 한국 사회에 지금이라도 세종대왕이 발휘했던 밝은 이성이 정립되지 않으면 같은 위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내일의 역사에 대한 책임은 오늘의 민족 구성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고 한국인이 가진 훌륭한 민족성의 긍정적 발현을 위해서는 올바른 이성 교육이 필요하다. 저자는 그 이성 교육이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의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밝은 이성을 갖춘다면 이는 곧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 전하고 있다.손민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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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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