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거의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서울 이태원 클럽 이후 물류센터까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겨울에 시작한 재난이 여름을 앞둔 지금까지 이어져 가장 힘든 것은 최전선에서 이를 막아내고 있는 의료진일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대구 동산병원 간호사의 `영웅이기 전에 인간이고 싶다`는 글은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특히 눈길이 갔던 내용은 치료 현장에서 가장 맨 앞에 서 있는 간호사들에게 사전소통이나 예비교육 없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지시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게 하거나 숙소나 식사 등 적절한 대우는커녕 받아야 할 보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기였다. 이런 식이면 다시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누가 기꺼이 앞장서서 방역과 치료 현장으로 달려갈까?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이런 비슷한 일이 교육 현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원격수업 준비가 부족한 단계에서 시행된 온라인 개학 과정에서 실제 많은 부분은 학교와 교사의 재량에 맡기게 되어 혼란은 불가피했고 그 대응은 각 학교 일선 교사들에게 맡겨졌다. 최근 시작된 등교 수업도 비슷한 양상이다. 학교 전체 인원 대비 등교 인원 조정이나 대인 거리 확보, 등교일수 조정 등 설문과 토론을 통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일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이 많았고 그 대응 역시 교사들의 몫이었다. 물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에서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개학 연기와 기존 온라인클래스로 수업을 대체하면서 나름 편했던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교사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정과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노력 중이다. 최일선에 서 있다는 점에서 간호사나 교사는 비슷한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지원, 그리고 그 노력에 따른 적절한 보상은 필요한 일이다.

미래 학교를 계획하는데도 교사들의 참여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전처럼 지식의 전달자 역할만 하기에는 사설학원이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과 같은 사회 변화에 교사들은 조력자 또는 촉진자, 연계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수단을 파악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와 협업과 네트워킹이 필요하며 다양한 교수학습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담당 교사의 재량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공간과 프로그램, 전문가 등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공간 혁신사업은 바로 이러한 공간의 요구와 변화를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학교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학생의 적극적 참여와 전문가와의 협업, 그리고 교사의 열린 교육철학과 유연한 적응력이다. 환경이 바뀌어도 교사들이 교육과정에 녹아내어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환경개선 사업일 뿐이다. 학교의 도서관, 과학실, 강당이 사회의 북 카페, 어린이도서관, 과학체험관, 실내놀이터 등 흥미로운 공간과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들과 경쟁하기 위해 교사들이 먼저 배움과 열정으로 미래 학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사용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이들의 노력을 위해 전문가와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최일선에서 노력하는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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