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어떤 일로 하루가 시작될지 알 수는 없어도, 병원에서의 일상은 언제나 시작부터 바쁘고 끝낼 때 까지는 더욱 바쁘다. 어느 한 사람의 성실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지켜보는 환자들도 알 수 있을 만큼, 병원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며 일을 처리해나간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병원 내 직장생활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프면 쉬라`는 말을 하며 일을 하게 된 것. 사실 오랜 직장생활을 해온 나의 경우를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이런 일은 아주 드물다.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픈 몸을 이끌고 학교에 온 나에게 선생님은 더 이상의 질문도 없이 `쉬라`고 했다. 나는 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몸에 박힌 습관으로는 열나고 조금 아프다고 해서 학교를 안 가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고, 물론 그랬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생각에 반하는 `아프면 쉬라`는 말이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얼마 전 함께 일하는 동료가 아침 일찍 메시지를 보냈다. 밤사이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걸 보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출근을 해도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은 걱정 말고 푹 쉬고 내일 만나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곧장 쉬라는 말을 하는 내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느끼며,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사회생활은 코로나 이후 많은 변화가 생길 거라는 추측을 해 보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생활 속 거리 두기다. 코로나19 장기 유행에 대비해 일상 및 경제 활동 시 감염을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한 활동으로, 아프면 3-4일 집에 머무르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점에서 열이 나거나 감기 증상이 있다면 출근을 해서 일을 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증세가 좋아질 때 까지 쉬고 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배려이고 예의가 되었다. 이런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무턱대고 일을 하러 나온 사람은 비난 이상의 엄청난 책임감을 감수해야 한다.

또 유행병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생각해 본적도 없을 만큼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기 보다는 앱(App Store)으로 간단히 주문하고 집 앞까지 물건이 도착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칸막이 속에서 혼자 외롭게 식사를 한다. 또 서로 마주앉아 일을 하기 보다는 앞사람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한 방향으로 일을 하고, 이른 아침 출근을 하느라 같은 시간대에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 보다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프면 병원에 가기 보다는 원격진료를 위해 컴퓨터를 켜는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날이 멀지 않음을 예견해 본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우리의 근무환경이 언제 변화될까를 생각해본다. 끝난다고 해도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 여러 가지 변화들이 생길 새로운 앞날을 조심스럽게 예견해 본다.

권로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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