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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은유로서의 재난

2020-06-03기사 편집 2020-06-03 07: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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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권선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예부터 인류는 천재지변이나 치료가 어려운 질병의 유행 등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극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하늘 혹은 신으로부터 큰 벌을 받는 것이라고 여겼다.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인구가 너무 많아져서 지구가 무거워지면 신이 지구를 흔들어 사람들을 떨어뜨리려 하는 것이 지진이라고 생각했고,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가톨릭과 개신교 간 갈등 속 이웃나라 네덜란드가 '신이 내린 형벌'이라며 포르투갈의 원조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을 때 미국의 한 유명 배우는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로 점령해 무자비한 행위를 한 데에 대한 당연한 업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재난이나 전염병의 창궐과 같은 현상을 일종의 정화작용 혹은 징벌로 생각했다는 의미인데 과학이 충분히 발달한 근대 이후에도 이와 같은 의식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까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국내외 일부 종교계에서 '신이 내린 벌', '성경에 치료제가 있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거리를 낳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코로나의 역설이 화제다.

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로 봉쇄령이 내려진 유럽, 남미 등지에서는 퓨마, 개미핥기 등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야생동물들이 마을을 활보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수많은 관광객이 사라진 해변가에는 멸종 위기에 놓였던 매부리바다거북, 올리브 바다거북 수십만 마리가 나타나 단체 부화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던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유럽 주요 국가들의 대기질이 확연히 개선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마치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타노스의 손가락 튕기기 한방에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자 허드슨 강에 고래들이 돌아온 장면을 현실에서 보는 듯하다.

이쯤 되면 정말 코로나19나 대지진과 같은 재난이 정말로 신이 내린 천벌이며 지구의 정화작용을 위해 인류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인걸까. '타인의 고통'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 예술평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은 본인의 저서인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이와 같은 일종의 낙인,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의미부여 행위를 지적한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질병에 관한 용어와 담론이 질병 자체만이 아닌 별개의 어떤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에이즈에 결부된 '역병'이라는 은유는 에이즈를 도덕적 타락에 대한 천벌로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질병은 누군가에 대한 징벌이나 권선징악의 결과가 아닌 그저 치료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인간의 무지 혹은 이기심에서 비롯된 인재는 책임자를 찾아 합당한 처벌을 하고 발본색원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지만, 천재나 근원 파악이 어려운 역병의 유행과 같은 경우에는 은유로서의 재난 알고리즘에 따른 낙인, 의미부여는 지양하고 위기 극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사회의 복원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인간에 의해 본래의 색을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일깨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에 의한 피해를 원천적으로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이것이 우리 중 누군가의 잘못 때문, 혹은 우리 모두의 잘못 때문이라는 실체 없는 의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현명한 대처와 공존의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반년 가까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위기는 합심해 이겨나가는 한편 앞으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권선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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