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 케이블카 물려받아 1968년부터 운영해 와
2000만 원 보상처리 후 올해 고철업체에 처분

보문산 케이블카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해온 왕상철 씨가 한장 남은 사진이라며 1968년 케이블카 개통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보문산 케이블카를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아 운영해온 왕상철 씨가 한장 남은 사진이라며 1968년 케이블카 개통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문승현 기자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냥 녹슨 고철덩어리에 불과하겠죠. 하지만 나한테는 아버지 그 자체나 마찬가지예요. 아버지가 피땀 흘려 만든 것이니까요."

대전 중구 도심 한가운데 있는 보문산이 지난 20세기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 관광지로 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건 당시엔 생소한 물건인 `케이블카` 덕이 컸다. 1965년 10월 보문산 도시자연공원 지정, 그리고 3년 후인 1968년 8월 15일 보문산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들어선 케이블카를 타고 보문산 중턱으로 올라가면 그린랜드, 푸푸랜드 같은 지역 최대 규모의 놀이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전망대로 사람이 들끓었다.

선친 왕순구 씨가 만든 케이블카를 물려받아 수 십 년 세월 운영한 왕상철(71) 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케이블카 주변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며 "아이들 손잡고 온 부모들과 소풍 나온 학생들이 밀려 들어 케이블카를 돌리기도 벅찼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케이블카라는 게 대구, 서울 외에는 없다보니 대전에 새로 생긴 보문산 케이블카에 얼마나 관심들이 많았겠느냐"면서 "케이블카 승객이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전일보사는 1968년 8월 14일자 지면(3면)에서 `첫 선보인 보문산 케불카`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케이블카 개통 소식을 보도했다. 당시 기사를 보면 "대전시민의 안식처인 보문산공원에 공원의 면모를 한층 빛낼 또 하나의 명물 케불카가 등장했다. 총공사비 1천여만원을 들여 16인승 카 2대에 탑 4주가 세워졌으며 30미리 철선 두 줄과 25마력 엔진으로 움직인다. 7분 동안 3백92메타 중턱 종점에 이르며 요금은 대인 50원, 소인 30원을 받는다. 15일 개통한다"고 전했다.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소풍과 가족 나들이로 붐볐던 보문산은 그러나 세기말인 1990년대 접어들며 국민소득 증가와 승용차 보급 대중화, 대전엑스포 등 거센 변화에 휩쓸리며 쇠락을 길을 걸었고 2005년 11월 케이블카는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운행 37년 만이다. 왕 씨는 "케이블카 영업이 안돼 노모는 물론 자식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누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니 케이블카 운행을 접고 다른 밥벌이를 해야 했다"며 "케이블카 2대 중 한대를 처분하는데도 수천만 원이 들어 은행 빚을 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성에서 대전으로 피란해 내려와 빗자루 장사 등으로 돈을 모은 아버지가 대구와 부산 등지 기술자들 도움을 받아 케이블카를 손수 만들었는데 어느새 좋은 시절 다가고 완전히 철거됐으니 그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케이블카가 있던 땅에서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는 대전 중구는 2018년 2월 케이블카 등 기계와 건축물을 감정평가한 결과에 따라 왕 씨에게 2016만 원을 보상처리하고 올 3월 철거와 함께 케이블카를 고철업체에 처분했다.

주차장 공사 도급을 맡고 있는 업체가 케이블카를 고물상 등 고철업체에 매각한 것으로 고철처분이익은 공사비 감액으로 상계처리된다. 중구 관계자는 "케이블카가 얼마에 처분됐는지는 앞으로 공사 완료 후 정산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공사 설계서상 케이블카 시설장비 등 고철재료로 감액 처리되는 금액이 429만 원으로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보문산의 52년 상징물인 케이블카가 t당 33만 원, 400여만 원 남짓한 돈과 맞바꿔진 셈이다. 보문산 케이블카는 인터넷 한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2000만 원 짜리 중고매물로 올라왔다가 1일 현재 돌연 삭제된 상태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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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1968년 8월 14일자 지면. 사진=대전일보 DB
대전일보 1968년 8월 14일자 지면. 사진=대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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