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규모 적어 품절현상 반복…매월 초 여민전 충전 진풍경 벌어져

세종시 여민전 발행액이 적어 시민들이 충전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세종시 여민전 발행액이 적어 시민들이 충전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세종시 여민전이 일부 가입자만 사용가능한 반쪽짜리 지역화폐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발행규모가 수요대비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가입자 3명 중 2명은 여민전 카드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시민들은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현재의 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지역화폐 정착을 위한 예산확보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1일 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여민전은 3월 64억 원, 4월 88억 원, 5월 88억 원, 이번 달은 60억 원이 발행됐다. 출시 이후 매달 결제액이 상승하는 등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여민전 결제액은 3월 40억 원, 4월 111억 원, 5월 98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발행 규모가 턱없이 적은 탓에 지역화폐 품절 현상이 지속·반복되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 한다는 데 있다.

매월 초 판매를 시작하는 여민전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판매 한도가 모두 소진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달 판매액 88억 원은 하루를 넘기지 못 하고 5월 1일 모두 판매됐다. 이번 달 판매액인 60억 원은 지난 1일 자정부터 신청을 받았지만, 오전 2시 50분에 전액 소진됐다.

특히 지난달 세종시가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개인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낮췄지만, 폭발하는 수요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화폐 구매에 성공한 사람은 카드 발급받은 사람의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여민전 카드는 6만 1067명이 발급받았다. 반면, 이번 달에 여민전을 충전·구매 한 사람은 2만 여명으로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매월 초만 되면 여민전을 충전하기 위해 진풍경이 벌어진다. 밤을 꼬박 새워가며 충전을 신청하려는 모습이 마치 유명 가수 콘서트의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를 두고 세종 지역의 온라인 카페 등에는 크고 작은 불만과 원성이 잇따랐다.

시민 A씨는 "4·5월에도 여민전을 충전하지 못 해 이번 달 1일 자정까지 버텨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며 "지역화폐 충전이 대학교의 수강신청인지 유명 가수 콘서트 티켓팅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내용에 따라 붙은 댓글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꼬리글에는 `여민전 충전이 안돼 온통대전(대전 지역화폐)를 쓴다`, `애초에 여민전 관련 예산을 잘 짜고 시행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세종시는 여민전 관련 예산이 부족해 지역화폐 품절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발행액을 갑작스레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월별 판매 한도·개인구매한도를 설정했다"며 "여민전을 구매하지 못 했다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당장 발행액을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7월 이후 여민전 발행에 대해 현재 3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한 상태다. 지역화폐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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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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