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키를 잡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조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어제 비대위 출범 첫 회의에서 "통합당이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진취적 정당을 진보보다 더 앞서가는 것이라고 규정한 대목은 예전과는 다른 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첫발을 뗀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그동안 발언 등으로 미뤄 이념성 탈피와 대기업 위주의 정책기조 등에서 많은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제1야당인 통합당의 개혁 행보가 결실을 맺어 건강한 야당으로 거듭나 우리 정치 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동안 통합당은 모태인 자유당 이래 공화, 민정, 민자, 신한국, 한나라, 새누리당 등으로 이름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이념적으로는 보수, 지역적으로는 영남이란 틀에 갇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했지만 대기업과 성장위주의 정책기조에 치우쳐 정작 서민의 아픔을 돌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수·진보의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언이나 기본소득 도입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도 거리낌 없이 다가서는 모습에서 개혁과 변화의 의지가 읽힌다. 비대위가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며 내세운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김종인 비대위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통합당의 재집권 기반 마련이 아니라 건강한 야당의 탄생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건강한 야당의 존재는 여당을 긴장하게 만든다. 야당이 건강하면 굳이 떼를 쓰지 않아도 견제가 되고, 정책 경쟁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김종인 비대위`는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벌써 당내 자강파의 견제는 물론 당 밖 강경보수의 반발 조짐도 감지된다. 앞서 위기 때마다 등장했던 비대위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졌던 근본적인 이유도 당내 뿌리 깊은 계파의식과 이들의 견제 때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남다른 장악력을 지녔다고 해도 뜻하지 않게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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