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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민 추억담긴 '보문산 케이블카' 고철 처분

2020-05-31기사 편집 2020-05-31 17:16:35      문승현 기자 starrykit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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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주차장조성 과정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처분 "상징성 무시한 행정편의주의"

첨부사진11978년 당시 대전 중구 보문산에서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의 명산 보문산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시설물이자 시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케이블카'가 한낱 고철덩어리로 전락해 인터넷 중고시장을 떠돌고 있다. 케이블카가 있던 자리에서 주차장 조성공사에 한창인 대전 중구는 부지내 지장물 보상 과정을 거쳐 케이블카 소유권을 이전받았지만 시설물의 역사성이나 상징성을 고려하지도 않은 채 손쉽게 고철로 처분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대전지역 근현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케이블카를 보존하고 스토리텔링 등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중구의 행정편의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넷 한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는 '보문산 케이블카'를 2000만 원에 팔겠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판매자는 '추억의 보문산 케이블카다. 박물관이나 카페 인테리어로 추천한다. 대전시민들의 추억이 깃든 물건이며 대전 근대역사의 증거물'이라고 케이블카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글 게시자가 실제 매물을 확보하고 있는지, 거래가 성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첨부사진에서 철거된 케이블카 뒤편으로 현재 영업 중인 보문산 인근 상가가 보이고 글 게시 시점이 올 3월 1일인 점으로 미뤄 실제 매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카가 있던 대사동 203-5 일원 1272㎡(385평) 부지에서 중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주차장 공사를 시작한 게 그즈음이기 때문이다. 중구는 3월부터 공사비 9억 원을 투입해 이곳에 차량 35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 중이다. 9월 완공 목표다. 중구는 공사에 앞서 해당부지 매입과 지장물 보상에 별도로 10억 원가량을 집행했고 일체의 소유권을 이전 받았다. 지장물은 공공사업시행지구내 토지에 있는 건물, 공작물, 시설 등을 말하는데 케이블카도 이에 포함돼 개인 소유주에게 보상이 이뤄졌고 케이블카는 중구의 재산으로 넘어왔다. 이어 주차장 공사 도급을 맡고 있는 업체에 의해 케이블카는 고물상 등 고철업체에 매각됐고 고철처분이익은 공사비 감액으로 상계처리됐다.

중구 관계자는 "지장물 보상으로 케이블카를 포함한 시설물의 소유권을 구가 갖게 된 것이고 이를 처분한 고철수입은 업체의 도급내역서에서 감하는 것"이라며 "구청 재산을 팔아 발생하는 이익을 구로 환수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공사비를 차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제3공화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보문산 케이블카는 1965년 10월 보문산이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3년 후인 1968년부터 운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하루 이용객이 500명에 달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다 2005년 운영을 중단하고 방치돼 있던 52년 역사의 케이블카가 인터넷 중고매물로 급전직하하기까지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지역 문화유산 보존·계승을 목표로 활동하는 역사문화단체 ㈔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는 "대전시민들이 사랑하는 보문산의 상징적 시설물인 케이블카를 고철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고 처분했다는 데 대해 이해할 수도 없고 안일한 행정에 분노한다"며 "행정당국이 보문산을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떠들면서도 보문산이 갖고 있는 기존의 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할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 대표는 또 "케이블카가 운영 중단 후 오랜 세월 방치되면서 일부 주민들이 케이블카 철거를 요구했다지만 수 십 년 보문산을 지켜온 터줏대감으로 철거 후 보존했어야 마땅하다"며 "이제라도 중구가 나서 케이블카를 회수해 대전의 역사와 시민의 추억을 복원하고 시민에 되돌려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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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보문산 케이블카가 있던 부지에서 최근 대전 중구가 주차장 조성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상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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