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열풍 이면 빗나간 수요예측 부작용 속출
가맹점 결제 오류 등 이용자 불편도 잇따라
시민 외면 불보듯…완벽한 시스템 구축 중요

맹태훈 취재2부장
맹태훈 취재2부장
최근 들어 지역화폐의 열풍이 거세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화폐를 도입하는 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지역화폐는 자치단체가 발행, 지역민이 지역 상권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고 지역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진의 출구전략 카드로 손꼽히며 각 자치단체가 앞 다퉈 지역화폐를 출시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기존의 소비습관을 유지하면서 캐시백 등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이를 취급하는 가맹점 측에서는 소득 증대로 연결되는 이점이 확산의 배경이다. 또한 지역화폐의 장점이 알려지고 중앙정부와 각 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겹치면서 시민과 상권의 참여도 순조롭다. 대전에서는 `온통대전`이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 5만 5000명을 확보했고 세종의 `여민전`도 출시 80일 만에 사용액이 230억 원을 넘어섰다. 전체 15개 시군에서 유통 중인 충남에서는 올해 발행 규모만 3400억 원에 달한다. 이렇듯 특정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지류, 카드, 모바일 등)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를 일컫는 지역화폐가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의 열풍 이면에 숨겨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가맹점 결제 오류와 시스템 불안 등 시민의 이용 불편이다. 이달 14일 출시한 `온통대전`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행·유흥업소, 다른 지역에 본사가 있는 직영점, 온라인 결제 등을 제외한 지역 내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모든 점포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소상공인 일부 점포에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의 불만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온통대전`의 가맹점이라고 등록된 업체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안내 메시지 오류와 결제 취소 지연 등도 이용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지난 3월 출시된 세종의 `여민전`은 서버 불안정으로 인한 결제·앱서비스 중단 사태를 빚으며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나아가 수요예측이 빗나가면서 1인당 발행 한도를 발행 3개월 만에 변경했다. 세종시에서는 이용자 증가와 전체 시민의 고른 혜택을 변경 이유로 들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근시안적인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 A 씨는 "여민전 발행 당시만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쓰라고 홍보해 놓고 재원 부족을 이유로 금액과 혜택을 줄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한 치 앞도 못 보는 시정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세종시의 사례와 같이 잘못된 수요 예측과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이용한도 변경 등 혜택이 축소될 경우 지역화폐가 제 기능을 유지할지 미지수다. 앞서 부산시와 인천시 등에서는 지역화폐 판매가 늘며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캐시백의 요율을 변경하며 이용자의 원성을 샀다. 시스템 불안과 결제 오류 등도 이용자가 지역화폐를 외면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줄어든 혜택과 이용 불편이 겹치면 굳이 지역화폐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역민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가고, 지역 상권에 온기가 더해져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지역화폐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캐시백 혜택 등으로 인한 자치단체의 재정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재정위기까지 몰리며 지역화폐의 발급·운영을 지속할 경우 `선심성 정책`, `예산낭비`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보다 완벽한 시스템 구축으로 시민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 또한 과제다. 지역민들이 이용 불만족으로 발길을 돌릴 경우 재차 유인하기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시스템 불안 등 이용 불편을 단순 시행착오정도로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다수 서민은 침체한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대의명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에 앞서 이용의 편리성과 혜택 등이 담보되길 희망할 것이다. 지역화폐의 도입 취지를 살리고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행 이전 단계보다 지속적인 보완과 대책 마련 등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맹태훈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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