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도 대전 중구 보문산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1978년도 대전 중구 보문산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모습 사진=대전시 제공
"보문산은 그야말로 대전의 얼굴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요."

대전 중구 보문산공원로 인근에서 지난 30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온 70대 후반의 A 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가게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광객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되고 이제 더는 희망이 없을 것 같아 정든 이곳을 떠날 고민을 하고 있다. A 씨는 "과거 1990년대에는 어린이날 행사가 있는 날은 전날 음식을 미리 준비해도 전부 동이 났다. 좋은 시절도 잠시 사계절 시민들에게 사랑받던 명소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27일 오후 대전 중구 보문산공원로 505번길. 한때 대전시민 중 안 타본 사람이 없다던 보문산 케이블카가 영영 사라졌다. 부지 앞도 휑한 상태다. 시민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케이블카가 지난 3월 철거되고 이 부지에선 주차장 공사가 한창이다. 9월 완공 예정으로 1272m²(385평) 규모로 차량 35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선다.

2005년 운행 종료로 15년간 방치돼있던 보문산 케이블카가 흉물스럽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중구가 9억 원을 투입해 주차장 조성에 나선 것이다. 보문산 케이블카 건너편에서 7년간 음식점을 운영한 B 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케이블카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며 "보문산 초입부터 이 광경을 보면 관광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을 대표하는 보문산은 지난 20년 동안 개발과 보존 사이에 주민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오월드와 보문산을 연결해 새로운 관광특구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기다려왔지만 변한건 없었다. 이날 보문산에는 일부 등산객을 제외하고 보문산 산자락 아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일 낮 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문산 음식점거리는 고요했고 상인들은 지나가는 행인들만 바라볼 뿐이었다.

보문산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오월드로 넘어가면서 더 쇠락해갔다. 과거 여름에는 야외수영장으로 사용하고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해왔던 야외풀장도 사라졌다. 보문산 초입에서 30년 넘게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단체 손님들이 버스를 타고 아쿠아리움이나 전망대만 방문하지 마트에는 오지 않고 바로 되돌아간다"며 "주차장만 만들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죽기 전까지 보문산이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미래 후손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개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박상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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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전 중구 보문산케이블카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박상원 수습기자
27일 대전 중구 보문산케이블카 부지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박상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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