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의 3차 문화도시 공모 사업이 진행중이지만 대전시와 5개 기초지자체들은 완전히 발을 빼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이 사업은 정책의 성격과 콘텐츠 발굴 등 측면에서 시·군·구 단위와 어울린다 할 것이고, 1차에 지정된 7곳을 보아도 기초지자체 일색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문화도시 컬러를 입히는 것은 막연하게 비칠 수 있지만 반대로 동구· 유성구·대덕구 등 차원에서 해당 공동체만의 차별화된 역사와 전통, 유·무형 전승 등에 색깔을 입히고 잘 디자인하면 대전 문화도시 지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문체부의 정책은 치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고유의 `문화DNA`를 창발시킬 가능성이 있으면 문화도시 인증을 해주겠다는 것이고 이런 기조에 따라 이 사업 공모 신청이 3차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면 맞다. 또 재정적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일이고 이렇게 시작된 문화도시 작업에 살과 근육이 붙으면 그게 곧 문화자산이고 관광상품이 아니고 무엇인가. 대전시는 지난 2018년 1차 공모 때 고배를 마시자 의욕을 잃은 듯하고 동구는 1차 `재생`, 2차 `철도`를 컨셉으로 잡아 도전했음에 불구, 거듭 탈락한 바 있고 그러자 이번 3차엔 지정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2전 2패 성적을 안은 채 경쟁 레이스를 접은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대전시는 나서지 않으니만 못했다. 2선에서 동구 등 다른 기초자치단체를 밀어주고 공동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충청권으로 한정했을 때 충남 천안시, 충북 청주시가 1차 지정 심사를 통과했는데 문화도시로서의 토양을 다지는 정책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대전 상황과 대비된다. 그런 면에서 동구 실패의 경우 동구의 기획력 한계나 정책의 결핍이기 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지역사회의 동력이 공급되지 못한 탓은 아닌지 복기해볼 일이고, 대전시 역시 이 대목에서 자유로운 처지가 못 된다고 본다.

한 도시의 문화적 특장과 소구력은 그 도시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이고 활력소라 할 수 있다. 대전은 150만 인구가 거대 공동체를 이루는 가운데 각 자치구의 근현대사와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5구5색(五區五色) 도시다. 그런 터전에 문화의 원형이 메말랐을 리 만무이고 문제는 행정밀도와 감수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