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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코로나19와 비대면시대

2020-05-28기사 편집 2020-05-28 0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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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아마도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듯하다. 일상의 여러 부분에서 사람 간의 접촉이 없는 비대면(언택트)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직접 사람 간의 접촉이 없어도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가상의 공간에 플랫폼이라는 일종의 정거장 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조금은 삭막하지만 아주 편리한 세상을 이미 살고 있다.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에 접속해 주문을 하면 직접 찾아 가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편하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이면서 은행앱을 통해서는 은행에 직접가지 않아도 송금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학교나 직장도 온라인 교육이나 화상회의를 통해서 비대면 수업과 업무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신종 전염병 유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언택트' 즉 비대면이 모든 부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와 의사간 원격진료는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지난 2월 말부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재진을 위주로 제한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현재까지 전화 처방건수가 20만 건을 넘었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의료진은 청진과 촉진 등을 할 수 없고 환자의 실제 안색 등을 살필 수 없기 때문에 진단과 처방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 불편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최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비대면 산업 육성을 적극 검토할 것을 발표했으며 특히, 비대면 의료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 포함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대한 의사협회는 전염병을 핑계로 원격의료를 본격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판단하고 즉각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정부와 의협 간의 갈등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의료 정책의 불신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백퍼센트 민간사업도 아니고 국가주도 공공의료 서비스도 아닌 두 가지 서비스가 양립하고 있는 형태다. 의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도 의사가 가져오는 구조지만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은 정부 주도로 결정하고 통제한다. 정부로서는 이용자인 국민들에게는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여야 하고 또 공급자인 의료인에게도 최소한의 적정 수익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정해 놓은 턱없이 낮은 의료행위 수가로 인해 단위 시간당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방법으로 의료계의 부담을 높여 두 가지 숙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왔다. 그 결과 3분 진료라는 오명으로 환자나 의료진 모두 불만족이 일상화됐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만의 희생을 강요해서 얻어지는 결과는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원격 진료가 허용되면 의료 수가는 대면 진료에 비해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시도하는 새로운 의료 정책들이 의사의 시각에서 보면 노동력을 더 싸게 제공하라는 압력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정보 기술 인프라가 뛰어난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의 심각화가 더 두드러져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동네 의원의 몰락 우려도 의료계가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이유다. 그리고 오진과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다. 하지만,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의료 사각 지대에 놓여있는 도서 산간 농어촌 지역의 문제는 원격 의료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플랫폼 기반 기술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급속한 인구 노령화, 질 높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증가, 정보화 기술의 진화 등과 맞물려서 환자와 의료인간 비대면 또는 원격의료는 의료진이 아무리 반대한다 하더라도 확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정부는 새로운 의료정책의 실시에 앞서 일차의료기관이 붕괴되지 않도록 비대면 플랫폼 구축 사업에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시범 사업부터 점진적으로 실시해 활성화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새로운 의료 서비스의 확대로 인한 비용 증가를 서비스 공급자인 의료계와 수요자인 국민이 어떻게 서로 부담할 것인가를 충분히 양측에 설득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일상을 주문하고 있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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