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각 400쪽/ 각 권 1만 4800원)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기억` 책 표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기억` 책 표지.
누구나 한 번쯤은 전생 아니면 내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단골 주제로도 다뤄지며 지금의 나의 모습과 다른 삶들을 그려보기도 한다.

소설 `개미`, `뇌`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최면과 전생이라는 소재를 빌려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세계관을 담은 신작 `기억`을 출간했다.

지난해 신작 `죽음`이 국내에 출간된 지 약 1년 만에 번역된 장편소설로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이며 2018년 프랑스에서 출간돼 15만부 이상 판매됐다.

작가는 `기억`이라는 테마로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 최면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전생의 삶을 보여주며 신화 속 존재를 파헤치는 내용의 소설이다. 집단 기억의 산물인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 과거 전생을 불러내 기억을 되살리는 최면사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전생과 내생에 대한 화두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나는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는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은 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가 퇴행 최면을 통해 최초 전생인 아틀란티스인 게브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르네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그는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퇴행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 당한다. 르네는 일상생활에서 건망증이 심해서 하던 이야기도 까먹을 정도지만, 최면을 통해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심층 기억에 도달한다.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그는 문 너머에서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장에서 자신이 목숨을 잃은 전생을 보게 된다. 최면이 끝난 후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다가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된다.

주인공은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또다시 퇴행 최면에 들어가 자신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병 외에도 고성(古城)에 사는 백작 부인, 고대 로마의 갤리선 노잡이, 캄보디아 승려, 인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일본 사무라이까지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기억의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다양한 시대와 세계 곳곳에서의 삶과 마주한다. 전생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최초의 전생은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기고 결국에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주인공은 어떻게든 전생에 자신인 게브를 구하고 싶어 한다. 현생에서는 경찰에 쫓기며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전생에서는 대홍수가 예고된 가운데 주인공은 1만 2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속도감 넘치는 예측불허의 모험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작가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주인공의 111개 전생이 겹치며 만들어 낸 삶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에서 기억이 얼마만큼 차지하고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지켜 나가는지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특히 개인들의 기억은 소멸될 수 있지만 개인들의 기억들이 모여 집단의 기억이 되고 그것이 역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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