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요즘 방송가에는 `부캐` 열풍이 불고 있다. 유산슬, 김다비, 조지나, 카피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본명이 아닌 설정을 통한 자신을 내세우며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고자 두 개의 캐릭터로 활동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에서는 새 아이템을 찾고자 기획·제작을 하고 연예인은 그에 걸맞은 옷을 입기 위해 철저한 노력으로 기존 이미지를 잊게 만들었으며 시민들은 그들에게 환호하며 팬으로서의 지지를 보내고 있으니 이는 새로운 문화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민들도 인터넷 또는 SNS 상에서 아이디나 아바타를 통해 별도의 정체성으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놀이에 익숙해져 있으며 연예인들이 시민을 감쪽 같이 속이는 것이 아니라 허술하게 보임으로써 또 다른 자아를 주장하는 것 역시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건축물에도 부캐를 접목할 수 없을까. 그 동안 건축물은 부동산으로서 자산의 가치로만 여겨져 건축법상 정의돼 있는 용도와 구조 및 재료 등으로 한정돼 사용해왔다. 그렇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생겨나는 다양한 형태의 용도를 법이라는 테두리로 가두기에는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목구조, 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로 대변되는 건축물의 구조 역시 구체의 경량화로 경량목구조, 경량콘크리트구조, 경량철골구조로 변화된 지 오래다. 재료는 또 어떠한가. 내·외장재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시공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를 복합화해 새로운 재료들이 생산되고 폐기되고 있다.

건축물 안전은 누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항목이다. 주거 목적 건축물과 2층 이상 건축물은 면적에 관계없이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다. 건축물 사용용도를 변경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 그 중에 해결하기 힘든 항목이 구조의 안전 확인이다. 법령으로는 대상 건축물의 구조를 확인하고 현행 법령의 기준에 적합한 구조인지를 검토, 불안전할 경우 보강계획을 수립한 후 안전을 확보한 설계도서를 제출해야 용도변경 인·허가를 득 할 수 있다. 안전한 건축물에서의 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사항이나 노후화된 건축물의 단순용도를 변경해야 하는 사항으로는 적절한 방법인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건축법상 용도상으로 분류된 여러 가지 중 사무소(또는 학원)로 사용되는 면적의 합이 500㎡ 이상이면 업무시설(또는 교육연구시설)로 건축법상 용도가 바뀌게 되어 이에 따른 구조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계산서 및 확인서가 필요한 실정이다. 면적이 증가됨에 따른 사용인원 다수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검토 사항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건축물에 안전사항을 하중 증가로 검토해야 하지만 합산 면적에 따른 주용도 변경으로 구조를 검토하는 사항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자문해 본다.

기존에 시공되어 사용승인 된 건축물의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시 보강 방식을 적용하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어 구조를 우선 검토해야 하는 사항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상업용 건축물은 수시로 임차인이 바뀌는 임대용 건축물이 많다. 건축물이 완공되어 갈 즘이면(기존 건축물에도) 임대 현수막이 어지럽게 나부끼며 임대나 매매를 홍보한다. 사용 용도를 명기한 현수막도 있지만 어떤 용도라도 가능 한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인간은 건축물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요한 경우 자신의 기본은 내면에 잠시 숨겨두고 내재되어 있는 새로운 끼를 발휘하고 또 우리가 그 열정에 열광하며 지나한 일상에 활력의 에너지를 얻곤 한다. 지금의 방송인들의 부캐 성공여부는 그를 마주하는 대중이 기쁘게 웃을 수 있을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부캐는 살짝 한 발 옆에서 바라보면 본인이 자지고 있던 자신의 본 캐릭터가 투영될 만큼 기본은 버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의 본캐와 부캐를 보며 더욱 집중하게 된다. 건축물 역시 구조의 안전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용도를 소화할 수 있는 건축물을 통한 생활의 활력 및 경기 회복에 일조할 수 있으면 한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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