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그래픽=이수진
그래픽=이수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15년 38만 6607명에서 2019년 55만 1845명으로 4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의 각종질환으로 인해 지적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치매는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치매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치매환자들이 가지는 초기증상들을 숙지했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장애다.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잃어버리고 약속을 깜빡하거나 약을 먹는 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이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을 때가 빈번해지고, 최근 기억에 비해 아주 젊었을 때나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따라서 옛날 일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다른 증상으로는 언어장애가 올 수 있다. 사물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와 병행해서 읽기, 쓰기의 장애도 나타난다.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해지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또한 물건을 살 때 돈 계산이 틀리거나 돈 관리하는데 실수가 잦아진다.

성격과 감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꼼꼼하고 예민하던 사람이 느긋해 진다거나 말이 많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말수가 적어지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고 집안에만 있기를 좋아한다던가 매사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흥미를 잃기도 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고 남을 의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매우 깔끔하던 사람이 세수나 목욕을 게을리 하는 등 개인위생이 떨어질 수 있다.

◇건망증, 기억장애와 치매의 관계=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고 누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흔히 정상인에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억장애는 귀띔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건망증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기억장애 외에도 방향감각 저하, 판단력저하 등 다른 사고력에도 장애를 보일 때가 있을 때 비로소 치매라고 한다. 단순 기억장애에서 치매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기억장애가 있을 때 반드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기억장애가 수개월을 두고 갈수록 심해지거나 다른 판단력이나 사고력의 저하가 동반되었을 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매 증상 여부 확인=치매를 좀더 자세히 정의하자면 환자가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의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그밖에 추상적 사고 장애, 계산력 저하 등 뇌의 여러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야만 치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뇌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검사자와 환자가 마주 앉아서 대화도 해보고 환자로 하여금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리게 해 보아야 한다. 여러 자극을 제시하고 이런 것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 지도 보아야 한다. 이런 검사들을 신경심리검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다른 기능은 다 좋으나 기억력만 떨어져 있는 경우는 치매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또 다른 기능은 다 좋은데 언어기능만 소실되면 치매라기 보다는 실어증이라고 해야 옳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신경학적검사와 신경심리검사, 언어검사는 뇌 영상검사(CT, MRI, PET)이나 혈액검사와 함께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병=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한 가지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라 두통처럼 일종의 증상이고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 증상이 수없이 많은 것처럼 치매의 원인은 실로 다양 하다. 즉, 퇴행성질환(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혈관성치매), 대사성질환, 내분비 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경련성 질환, 뇌수두증, 뇌종양 등 무수히 많다. 이 중에서 제일 많은 원인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다. 이들이 전체 치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90%이다.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질환 중 퇴행성 질환을 제외 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치매가 많다. 수두증(뇌에 물이 차는 병), 뇌 양성종양, 갑상선질환, 신경계 감염, 비타민 부족증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며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예방이 가능하다.

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젊을때부터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유지하고, 치매의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에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치매는 본인 스스로는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관심어린 눈길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도움말=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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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윤보라 건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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