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2인조 교사밴드 '남남'

조한준(왼쪽) 당진초 교사와 전종혁 당산초 교사.
조한준(왼쪽) 당진초 교사와 전종혁 당산초 교사.
충남 당진지역 초등학교 교사 2인조 밴드를 결성해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전종혁(31) 당산초 교사와 조한준(33) 당진초 교사는 지난 2017년 2인조 교사밴드 `남남`을 만들어 4년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남남이라는 밴드명은 남자를 뜻하는 남(男 )과 다른 사람을 뜻하는 남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남자 두 명으로 구성된 밴드고, 이들의 음악 취향과 삶의 방식이 마치 아무런 관련 없는 남남처럼 다르다는 뜻이다.

전종혁 교사는 발라드와 포크 장르를 좋아하고, 인디음악에 관심이 많은 반면 조한준 교사는 정통 락발라드를 좋아한다.

또한 전 교사가 자유롭고 유연한 스타일이라면 조 교사는 큰 틀이 잡혀 있는 정형성을 추구하는 등 둘은 삶의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다름`은 `조화`로 피어났고, 이는 교실 속 서로 다른 성향의 학생들이 각자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융화되길 원하는 여느 교사들의 바람과도 닮았다.

남남 밴드는 결성 후 지난해 초까지 다양한 교육행사에서 기성곡을 불렀다. 관람객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5월 직접 작사·작곡한 정식 음원을 발매했다.

음원을 제작할 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교사기 때문에 학교에서 접하는 경험, 학교 이야기를 노래에 담되 `나는 교육자다`라는 느낌이 묻어나는 직접 화법은 지양하자는 것.

"아무래도 교직에 몸 담고 있다 보니 생활 속에서 얻는 영감이 대부분 학교와 관련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걸 그대로 가사에 담아내면 교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들은 가사의 중의적 표현을 통해 교육자와 학생, 일반인들의 공감대를 얻어낸다.

`뭔지 모르겠어, 이 감정. 아직 못 잊었나봐. 네가 그리운가 봐. 네가 자꾸 생각나.` 첫 앨범의 수록곡 `그리운가봐`는 한 해 동안 정성들여 가르친 제자들이 새 학년을 시작하며 새로운 담임교사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 느껴지는 질투의 감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선생님`이나 `제자` 같은 단어가 언급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서는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다.

2집 타이틀곡 `기대`도 1집과 마찬가지로 중의적 표현을 통해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기억해 너의 뒤엔 내가 있을게. 힘이 들면 내게 기대도 돼. 너의 얘기를 들어줄게`와 같은 가사는 일반인과 학교폭력 피해자 모두를 위로한다.

두 교사가 밴드활동을 통해 노래하는 교사가 됐듯 학생들이 특정 직업에만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전 교사는 "일기를 쓰듯 교직생활의 일상을 노래로 기록하고 싶다"며 "내가 노래하는 교사가 된 것처럼 학생들도 특정 직업에만 갇히지 말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자문하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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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준(왼쪽) 당진초 교사와 전종혁 당산초 교사.
조한준(왼쪽) 당진초 교사와 전종혁 당산초 교사.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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