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부 김대욱 기자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사람은 달랐지만 걷는 행색은 비슷했다. 일렬로, 띄엄띄엄 간격을 둔 채, 말을 아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웃음기는 없었다. 지난 20일 등굣길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모습이다. 80일 만에 교문을 연 학교는, 반가운 손짓 대신 `삑삑`거리는 체온계로 인사를 건넸다. 비말을 막고자 착용한 마스크는 어째 입을 막아버린 듯했고, 교실은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으나 그다지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올해 고3은 유난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 학년과 달리 `대학입시`라는 큰 산이 있어서다. 이쯤이면 1학기 후반부를 지나 수시모집 준비에 한창일 시점인데, 올해는 이제야 교과서를 제대로 폈다. 그만큼 늦어졌고, 또 짧아졌다. 등교 이튿날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러야만 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1-2주 간격으로 중간고사를, 모의고사를, 다시 기말고사를 봐야 한다. `여름방학은 사치`라는 말도 나왔다.

교육당국이 자신했던 원격수업은 썩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하다. 학생들은 늘 해왔거나 익숙했던 수업이 아닌 처음 접해보는 수업에 자신의 대입을 걸기가 부담스러웠을 터다. 아마 해찰 없이 오롯이 학습에 몰두하기도 어려웠을 테다. `자기주도적학습`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대입 준비에서 학습 계획만큼이나 중요한 건 심신 관리다. 12년 교육과정의 종지부. 그 평가가 대입으로 귀결되면서 심리적 압박은 더욱 세게 다가온다. 한 담임교사가 그랬다. "심리적으로 도움을 많이 줘야 하는데, 만나질 못했으니까요." 그날 만난 한 고등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 "완전 `멘붕(멘털붕괴)`이에요. "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 수험생활인데, 악조건이 더 주어졌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고3은 이른 새벽 학교로 나서야 한다. 빠듯해진 대입 일정과 혹시나 모를 감염 우려까지 등에 지고서 신발끈을 동여 매야 한다. 하여 이들의 짧고도 굵을 수험생활이 더 이상 힘들어지지 않도록 모든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생각보다 손쉬운 일이다. 그들이 남은 시간,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면 된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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