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그리고 가끔 나에게 물었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 김우진을 떠나보낸 홍이수. 매일 다른 얼굴로 나타났지만 한결같은 마음이었던 김우진과 매일 같은 얼굴이었지만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자신 중에 누가 다른 사람으로 살았던 것인지 자문한다.

백종열 감독의 2015년 작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김우진의 외모는 매일 아침 달라진다. 어느 날은 평범하게, 다른 날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고 나면 그는 남자, 여자, 노인, 그리고 어린아이로 변해있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일본말밖에 할 줄 모르는 여성으로 깨어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백인 남자로 바뀌어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김우진을 연기한 배우는 김대명,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진욱, 서강준, 김상호,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등 총 123명이나 된다. 김우진은 매일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나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마음일까, 나의 외모일까.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음일까, 그의 외모일까. 본질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는 걸까. 뷰티는 우리의 안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밖에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과 느낌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과 느낌을 토대로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지각이 이루어진다. 정체성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크게 외모와 생각으로 구분된다.

외모는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성별, 인종 등과 같은 정보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생각이나 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의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는 자신의 생각에 상당한 가중치를 두지만,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는 그 사람의 외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김우진은 자신을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토대로 규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김우진을 그의 얼굴과 외향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마음이 그 사람의 본질이고 그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모와 마음은 모두 변하는 것 들이다. 나의 얼굴도 그의 얼굴도, 나의 생각도 그의 생각도 모두 변한다. 나의 얼굴은 어제 거울에서 본 그 얼굴과 같아 보이고, 나의 생각도 어제와 같아 보인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영원한 나의 모습과 생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외모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변화와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김우진처럼 매일 아침 급격히 다른 외모로 바뀌지 않을 뿐, 우리의 외모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바뀐다. 아기 때 모습과 스무 살 청춘의 모습이 다르고, 중년과 노인이 된 후의 모습이 다르다.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아침의 생각과 저녁의 생각이 다르고, 청년 시절 추구하던 가치가 나이가 들면서 변하기도 한다. 내 얼굴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그렇다면 변할 수 없는 나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변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선택과 행동의 역사다. 과거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변할 수 없다. 어떤 길을 선택했고, 누구를 사랑했고, 무엇을 위해 헌신했는지의 기록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가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뷰티는 안에 있는 것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뷰티는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 안에 있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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