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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와 감염윤리

2020-05-26기사 편집 2020-05-26 0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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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양덕 내과 원장
'선생님, 저 코로나는 아니죠?' 요즘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우리는 질문을 받을 때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환자가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은 당연히 '예! 코로나19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라는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서도 보듯이 객관적 근거를 무시하고 이념이나 정파를 고려한 허언(虛言)이 나라를 위기에 빠지게 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임진왜란 직전에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받아온 답장에는 분명히 '군사를 거느리고 명나라를 치고자 한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서인의 입장에서 왜적의 침략 가능성을 부정한 김성일의 보고는 그 후 전란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과거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기에 환자의 반복적인 질문과 연민에 이끌려 과학적 근거도 없이 듣기 좋은 답변을 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나는 의사이고 과학자이다. 따라서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희망적인 답변으로 위안을 줄 수 없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다. '코로나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고 행동하세요. 그래야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수 있고 우리사회가 안전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2020년 5월 6일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계속 연기되었던 등교가 많은 걱정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다. 무증상 감염과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가 언제 어디서 폭발적인 전파를 일으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등교를 계속 연기할 수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작정 지속할 수도 없다. 득실을 살펴보며 그 시점과 기한을 정해야하는 정책결정자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우리는 국가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 공동체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정치와 윤리가 필요한데,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을 윤리학의 일부로 본 이유이기도 하다. 신종 감염병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인류 공동체의 행복을 다시 찾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정치보다 윤리, 즉 '감염윤리'가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모든 것을 정치와 법으로 완벽히 규정할 수도 규제할 수도 없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사회문화적 인식변화의 결과인 '감염윤리'가 정치와 법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빈틈을 방어해줘야 한다. '감염예절'을 지키고 '감염폭력'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감염예절'이란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고 '감염폭력'은 타인에게 병을 전파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타인을 향한 기침, 콧물이나 객담의 비위생적 처리, 밀집된 공간에서 큰 소리의 대화, 감염병환자의 무분별한 공공시설이용 등은 일종의 폭력행위다.

바이러스의 팬데믹은 현대의 전란(戰亂)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대판 청야전술(淸野戰術)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청야전술이 백성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듯이 현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했지만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번 코로나19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보여준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의 '감염윤리'로 승화되어 대한민국의 행복을 수호하였으면 한다. 이양덕 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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