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성악가
박영선 성악가
이제 신록의 5월도 마지막주다.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4달로 인해 멍들고 할퀴어진 삶이 주위에 탄식으로 남아있다. 특히 삶이 연주이고 연주가 인생인, 연주를 주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이 굳게 닫힌 연주장 때문에 한숨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재능 많은 인간 문화재급의 예술가들, 지난 주부터 조금씩 꿈틀거리며 울림이 시작되고있으나 마스크를 쓴 적은 관객 앞에서 열창을 하는 깊이 있는 예술가들을 객석에서 보노라면 잘 차려진 뜨거운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서 아까워 미칠 지경의 광경이었다.

온라인 음악회, 티비 속의 미스터 트롯, 팬텀싱어, 유튜브 속의 많은 오페라, 오케스트라음악들…. 물론 실황과 공존할 때의 기계음악은 감동의 증폭이 될수도 있고 기억의 추억을 꺼내놓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젊은 날 연애시절 전화통화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결국은 직접만나서 목소리도 듣고 얼굴도 직접 보면서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끊임없이 인생을 만들며 같은 장소에 함께 있길 원하며 자신의 생각과 말, 그리고 예술가들은 객석과 소통하며 느끼길 원하며 공감을 갈구한다. 글을 통해서, 그림을 통해서, 무대를 통해서 현장의 예술은 살아 있어야 한다.

음악가의 러브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슈만과 브람스, 그리고 슈만의 제자였고 스승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흠모하고 사랑했던 브람스를 주제로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이번여름에 음악회가 열린다. 대전예술의 전당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Brahms라는 카페가 있다. 그리고 1층 로비의 오른쪽에 Schumann이라는 카페가 있고 본관 2층 왼쪽 끝에 Klara라는 리셉션 홀이 있다.

누군가가 분명히 기획해서 그 3인을 묶어 예당의 범주 안에 넣었으리라 생각된다. 안채에 있는 슈만과 클라라.그리고 가까운 뜰에서 그 둘을 바라만보는 브람스, 그들의 아름다운 삼각관계의 스토리가 왜 중요한지 조금설명을 붙이면 다음과 같다.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는 따로 떼어서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한 묶음의 스토리며 음악가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슈만은 43세, 클라라 34세, 브람스는 20세였다. 그들이 처음 만났던 날, 슈만은 일기장에 `브람스 천재가 다녀갔다`라고 썼고 클라라 역시 `하느님께서 직접 배달해주신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슈만과 브람스는 낭만시대 작곡가다. 슈만은 주로 규모가 작은 곡을, 브람스는 규모가 큰 작품을 남겼다. 슈만이 감정에 충실한 작품을 썼다면, 브람스는 신고전주의라 할만큼 정제된 감정을 악보에 표현했다. 슈만이 손가락 훈련과정에서 혹독한 자기극복의 연습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치게 돼 피아니스트에서 작곡자로 인생을 바꾼 것은 우리에게는 큰 행운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슈만의 피아노곡 `fantasie Op.17`(환상곡)은 1837년 작곡됐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편지로 불리고 있는 이 작품은 스승의 딸 클라라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 슈만과 그것을 눈치챈 슈만의 피아노 스승이자 클라라 아버지인 비크가 클라라를 파리로 보내버렸을 때 만들어진 곡이다.

결혼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은 슈만이 법적소송까지 내서 승리하게 되지만 재판이 끝난 그때는 이미 클라라가 성년이 된 해이기도했다. 부모의 반대가 극심하니 슈만의 고통스런 시기이자 결혼하게 된 최고의 환희인 시기에 좋은 곡들이 가장 많이 작곡된 시기였다. 1840년을 슈만의 가곡의 해라고 불릴 만큼 결혼한해에 가장 많은 주옥 같은 곡을 썼다. 오로지 대상은 클라라에게 바치는 가곡으로 쓰여진 곡이 많았다. 삶이 너무나 힘들 때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던 대가들을 기억한다. 지금 좋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며 지금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반드시 나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면서 자연이 자기 모습을 지켜나가듯 우리도 좀 더 큰 용기와 의연함으로 견뎌내길 바란다. 박영선 성악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