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미 대전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유정미 대전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한 지역에서 탄생해 유명해진 브랜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지자체가 열심히 홍보하는 공식 로고보다 더 이목을 끌 수도 있다. 브랜드의 평판과 입소문으로 퍼진 스토리가 결합하면서 사람들을 매혹하고 브랜드가 태어난 지역은 곧 `성지`로 인식되면서 높은 관광 유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을 기억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기네스이다. 기네스 흑맥주를 모르는 사람도 `기네스북`은 들어봤을 것이다. 매년 세계적인 기록을 모아 기네스북으로 발행하는 곳이다. 1759년에 버려진 양조장을 9000 년간 헐값에 임대해 양조장을 설립하며 출발했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기네스가 2000년에 이 장소를 기념해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로 개조하고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곳은 브랜드의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서 단번에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맥주를 들고 올라갈 수 있는 옥상 전망대는 시내를 360도로 볼 수 있어 현재 이곳은 더블린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브랜드지만 스타벅스가 처음 출발한 도시는 시애틀이다. 지역의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한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해마다 `성지 순례`를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도시에 엄청난 경제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1만여 개에 이르는 일자리 창출과 어마어마한 세수입 덕분이다. 전통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과 커피 공장을 갖춘 리저브 1호점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초창기 로고 마크를 사용한 기념품은 스타벅스의 명성과 함께 모태 도시인 시애틀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전은 성심당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도시다.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르는 장소로 꼽아 `기승전 성심당`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성심당도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전 홍보에 적극적이다. 해마다 대전을 알리는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2018년에 대전의 과학도시 이미지를 위해 `뚜띠`라는 로봇 빵을 론칭했고 2019년엔 대전 방문의 해를 알리기 위해 `대전 빵문의 해`라는 재치있는 슬로건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성심당은 대전에서 탄생한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중들도 대전의 대표 브랜드로서 성심당을 꼽는다. 이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이미지가 더해져 더욱 그런 듯하다. 지역을 지키려는 태도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지 않아 성심당의 신선한 빵을 맛보려면 대전을 `빵문`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심당 쇼핑백은 대전을 다녀왔다는 표식이 되고 있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대전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명 `노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역이용해 지난해에 기승전 성심당으로 끝나는 투어 알고리즘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얼마 전에 유성구는 성심당과 MOU를 체결하고 지역 대표 빵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60년 넘는 역사와 함께 원도심을 지키며 지역 문화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브랜드를 품은 대전은 무형의 자산을 지닌 셈이다. 이를 활용해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접근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방법이 있다면 기업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경험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어떨까 한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로 인해 더블린을 찾게 되고 스타벅스 1호점과 리저브 1호점을 순례하기 위해 시애틀을 방문하듯, 성심당 빵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대전을 찾는 방문객들을 더 깊은 세계로 이끄는 콘텐츠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브랜드 경험이 가능하다면 관이 주도하는 공식적인 홍보보다 더 높은 도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정미 대전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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