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옥 큐레이터
고경옥 큐레이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함에 따라, `아시아 혐오`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며칠 전 캐나다에선 백인 남성이 이유 없이 아시아계 여성의 얼굴을 때렸다고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한 남성이 아시아 노인을 내동댕이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미국에 있는 언니와 조카들이 마음에 쓰인다. 인종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혐오와 무차별 폭력의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인종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아시아계 안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또 한국에 사는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여성을 향한 차별과 배제의 싸늘한 시선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인과 중국교포들이 한국사회에 대거 편입되면서 한국사회 역시 인종차별과 혐오의 문제에 진통을 겪고 있다.

시각예술가 조지은과 양철모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믹스라이스(mixrice)`은 한국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문제를 사진, 영상제작,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의 작업으로 펼쳐내고 있다. 특히 2006년 이후에는 경기도 마석가구단지 내에서 `마석 동네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이주민 공동체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믹스라이스의 작업은 이주노동자와의 협업으로 그들을 이방인이자 타자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로서의 태도를 담는다.

전 세계가 단일 권역이 된 동시대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코즈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을 귀환한다. 세계시민이라는 거창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전 지구화된 사회 안에서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코로나19 라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해 우리는 그것을 더 쉽게 피부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가까운 타자와 먼 타자까지 `함께 살아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이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아시아혐오의 문제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감`의 실천으로 가까운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민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거두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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