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청주 테이블 지원사업과 대조… 검토조차 안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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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지역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요즘 가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게 두렵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장사가 좀 되려나 싶었는데 입식 테이블 유무를 물어보고는 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여서다. A 씨는 "장사도 안 되는 마당에 매장을 입식 테이블로 바꾸자니 생돈 나가는 것 같고 가만있자니 문 닫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아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방바닥에 앉아 책상다리하는 좌식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하는 입식으로 외식소비문화가 급변하면서 이에 발 맞춰 입식 형태의 외식업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꾸는 전환비용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역 전체 음식점을 대상으로 입식 테이블 설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충북 청주시가 주목받는 이유다. 청주시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음식점)들의 매출 증대를 돕고자 지난 4월부터 좌식 식탁을 의자식으로 교체하는 모든 음식점에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최초다.

입식 테이블 설치비용의 50%, 업소별 최대 50만 원 한도로 총비용이 120만 원이라면 자부담 70만 원에 청주시 보조금으로 50만 원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업 시작 한 달여 만인 20일 현재 425곳에서 신청했고 이중 263곳에 1억 300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시는 상반기 사업예산으로 2억 7000만 원을 세워둔 상태다. 향후 신청 추이에 따라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2억 3000만 원을 확보, 총 5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전통적인 좌식문화에서 입식으로 외식문화가 바뀌고 있는데다 요즘은 코로나19 전염을 피하려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리 잡아 다닥다닥 붙어 앉는 좌식보다 입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최소한의 경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입식 테이블 지원사업을 전면 확대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원금액이 크지 않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청주시 측은 "그간의 사업 결과를 분석한 결과 통상 99㎡(30평) 규모의 매장이 테이블 10개, 의자 40개를 교체하는데 155만 원가량 비용이 들었다"며 "평균비용과 시 지원액을 비교하면 적은 금액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업주들이 시 지원사업에 만족을 표하며 100만 원 선에서 입식테이블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좌식 영업을 할 때보다 예약 취소가 줄어들고 매출도 늘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충청권 기초단체가 소상공인 보호를 목표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입식 테이블 지원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인접한 150만 광역단체 대전시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시급성, 필요성 등에 비춰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 극복 종합대책`에 따라 지역 모든 소상공인 10만 명에게 전기·상하수도 요금 20만 원씩 총 200억 원을 지원했고, 근로자 있는 사업주에 건강보험료 사업자 부담비용 1인당 2개월분 최대 10만 원씩 총 63억 원을 집행하는 등 차별적인 소상공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또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해 식품위생업소 시설현대화 융자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소에 따라 융자한도액이 다른데 최대 2억 원에서 1000만 원까지로 연리 1%에 2년 거치 3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이다. 올 들어 외식업소 한 곳이 노후시설 개선과 좌식에서 입식으로의 전환자금으로 3000만 원을 융자받은 게 유일한 실적이다. 융자재원 4억 원 중 3억 7000만 원이 남아 있는 셈이다. 식품진흥기금 융자건수는 2017년 3건(2억 8000만 원)에서 이듬해 2건(1억 3000만 원), 지난해 1건(1억 4000만 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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