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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나무 건강 지키는 게 보람"

2020-05-19기사 편집 2020-05-19 17: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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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갔을 땐 너무 늦었더라고요.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암으로 치면 말기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진하게 전해졌다. "최소 100년은 넘어 보였으니 사회 전체적으로 손해라고 봐야죠." 깊이 맺은 인연이었나보다 했는데 "너무 깊이 심어놓는 바람에 뿌리가 양분이나 산소, 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았던 거 같아요" 한다. 대전시 소속 연구직공무원(녹지연구사)으로 한밭수목원에서 공립나무병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박민우(47·사진) 연구사는 지난해 진료 봤던 나무를 잊지 못한다며 제식구 얘기하듯 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사 관계로 옮겨 심어진 느티나무 한 그루가 봄이 되도 잎이 피지 않는다고 박 연구사한테 연락이 왔다. 가봤더니 공사 인부들이 나무를 너무 깊게 심어서 나무뿌리가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였다. 수령이 족히 100년은 넘어 보이는 큰 나무였고 생명체를 소홀히 다룬 까닭에 결국 훼손됐다는 얘기다. 박 연구사는 "지표로부터 10-30㎝ 깊이에 나무가 생장하기 좋은 세균이나 양분이 많고 산소도 풍부한데 그 나무는 그 이상으로 깊이 복토돼 있었다"면서 "나무를 이식할 때부터 관여했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섭섭해 했다.

2007년 당시 박성효 시장이 '3000만그루 나무심기'를 중점 추진하면서 도심에 식재된 나무에 대한 관리 요구가 커졌고 자체적으로 전문지식을 갖춘 나무의사를 위촉·운영하던 데서 2014년 대전시 공립나무병원이 생겨났다. 충남도를 포함해 전국 광역도와 부산, 대구 등 광역시에도 공립나무병원이 만들어졌다. 이때부터 10여 년 동안 박 연구사는 수목 피해 민원 또는 상담을 접수하고 진단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건수로 2000건에 육박한다.

충남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잇달아 석사 취득, 박사과정을 수료한 박 연구사는 공적 영역에서의 '나무의사'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산림청 주최, 한국임업진흥원 주관으로 '제1회 나무의사 자격시험'이 치러지고 사설나무병원이 속속 들어서기까지 박 연구사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상담과 기관단체의 수목 진료 요청을 도맡아 처리했다. 박 연구사는 "수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이나 환경적인 위해를 정확히 분석하고 진단해 적절한 방제와 치료법을 제시하는 게 나무의사가 하는 일"이라며 "사설나무병원이 유료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과 달리 나무병원에서는 개인이나 공적인 기관단체에 무료로 상담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나무를 만나왔지만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5호로 지정된 '대전 괴곡동 느티나무'는 특별하다. 이 느티나무는 높이가 16m에 이르고 수령은 700여 년으로 추정된다. 마을 수호목으로 여겨지며 매년 칠월칠석에 칠석제(七夕祭)를 지내기도 한다. 이 나무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전 최초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박 연구사는 문화재청 심사 통과에 필요한 수목 건강을 챙겼다. 박 연구사는 "당시 나무 아래 토양 속에 물이 있을 공간이 없어 보여 '답압' 진단을 내렸고 토양 개량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괴곡동 느티나무가 지역에서 유일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나무병원 업무를 혼자 하다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지역의 수목을 건강하게 가꾸고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우리 주변에 있는 나무들도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 받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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