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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코로나 위기 극복과 고장난명

2020-05-20 기사
편집 2020-05-20 07: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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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
근래 KTX나 SRT를 탈 때마다 많이 나아진 편리성에 만족감을 느낀다. 급한 마음으로 역에 도착하면 승강장에서 바로 예약한 열차에 올라앉으면 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운행 이후 인터넷 예매 활성화로 옛날처럼 일일이 승차권을 검사할 필요가 줄어들자 철도회사는 아예 개찰구를 없애 버렸다.

개찰구 검표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지면서 승객은 곧바로 자기 좌석을 찾아가 편해졌고, 철도회사는 관리비용을 줄였다. 간혹 있는 부정승차는 객실승무원의 휴대용 단말기에 나타나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

반면 출장 시 타는 신칸센을 비롯해 일본의 철도 시스템은 여전히 출발역 개찰과 도착역 집표를 거치는 폐쇄형이다. 이로 인해 승객은 목적지 역의 개찰구를 거쳐 역을 빠져 나올 때까지는 승차권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안게 된다.

위의 사례는 '개찰구'라는 규제를 없앴을 때 얻게 되는 소비자의 편익 증가와 함께 관리 주체의 비용 절감 등 쌍방의 윈윈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기업 부문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동안 정부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규제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는 규제 개혁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제조업을 위시한 산업현장에서는 규제 개혁의 효과를 그다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여전히 정부 부처별로 만든 이중, 삼중의 규제에 대처하기 힘든 상황에서 과징금을 부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공공의 이익과 안전 등을 위해 필수적인 규제도 있으나 상당수 규제는 이해관계 당사자들, 관련 단체들이 얽혀 기득권을 향유하는 적폐이자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 과정에서 우리는 제조업과 기업 창의력의 중요성과 위력을 느끼고 있다.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기본 의료품의 제조시설이 부족해 고전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국내에서 충분한 양과 질의 제품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신속한 코로나19 대규모 검사의 효과적 수단이 된 승차검사(드라이브 스루), 도보이동형(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운영 등 창의적 대응은 이제 선진국들도 따라하는 방역 모델이 됐다.

세계 각국의 러브콜 대상인 진단키트는 발 빠르게 준비한 관련 업계와 예외적인 임상시험 절차 간소화 등 파격적으로 규제를 없앤 정부의 대응이 잘 빚어낸 합작품이다. 그럼에도 내수 침체 속 대전·세종·충남지역의 4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3% 줄었다는 보도는 코로나19의 파고가 만만치 않음을 현장에서 느끼는 것의 수치적 표현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통상환경의 변화'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남발, 미·중 갈등 재 격화 등에 따라 경쟁적 보호무역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대되는 여러 대책들 가운데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우선적으로 검토 추진돼야 할, 결코 실기해서는 안 될 필수 사안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처럼 기업과 정부의 공조가 절실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마음껏 경기력을 발휘해 골을 넣으려면 발목을 채운 족쇄가 풀려야 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어쩌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서 흘러가는 배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실 앞에서 배의 엔진 힘을 키워야만 폭포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방향을 돌려 거센 물살을 헤쳐 나올 수 있다.

한국 경제호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에야 말로 기업 활동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규제 혁파'가 제대로 된 산업 현장의 현실이 되기를 염원해본다.

안경남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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