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숙 대전선병원 수술마취실 팀장
송성숙 대전선병원 수술마취실 팀장
환자의 외과적 처치가 이뤄지는 수술실은 단 1초 혹은 1mm의 오차로 환자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긴박함 그 자체의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나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같은 메디컬 드라마의 극중 최고 긴장감 유발을 위한 주된 장면으로 연출된다.

각종 방송에서 수술실을 배경으로 한 경우 본능적으로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데, 예전 방송에서는 메스를 거꾸로 주는 등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오류들이 많았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은 최근 작품들은 `어느 병원에서 촬영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실제 수술실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수술 장면이 아닌, 수술 전 외과적 손 씻기를 하는 곳에 게시되어 있던 언어폭력금지 안내문이었다. 수술 중 간호사의 고충 중 만성적인 손목 통증, 허리 통증, 긴장성 투동도 있지만, 최고를 꼽자면 말로 받는 상처가 단연 1등일 것이다. 그만큼, 폐쇄공간인 수술실에서 말의 힘은 굉장히 크다.

수술 중 집도의의 숨소리 혹은 작은 몸짓에도 집도의의 의중을 알아챌 정도의 숙련된 간호사들 중 이러한 경험이 쌓이는 동안, 의사의 말로 받은 상처가 깊은 흉터로 남아 있는 간호사들이 많다. 이렇듯 의사와 간호사의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는 수술실에서 말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상처가 생기기도 하다.

간호사들이 말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 하면, 필자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우선 수술에 집중해라. 대신 내가 해결하겠다"고 한다. 의료진 간의 불협화음은 결국 환자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술실 간호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는 슬기로운 간호사의 자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슬기로운 간호사가 되려면 첫째, 환자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둘째,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술실 의료진에게 자신의 건강과 목숨을 맡긴 환자를 위해, 수술방에서 만큼은 감정을 숨길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환자를 위해 잠시 자신을 내려놓아도 본인 자신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개인의 감정과 상처는 수술 종료 후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수간호사에게 털어 놓아도 늦지 않는다.

슬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리를 바르게 판단하고 일을 잘 처리해 내는 재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필자는 가족처럼 사랑하는 수술실 간호사들이 슬기로운 수술실 간호사로 오래 남길 바란다.

송성숙 대전선병원 수술마취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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