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대경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건강상태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정상 기능 여부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혈압, 맥박, 호흡, 체온이 있다. 의학에서는 이 4대 지표를 통칭해 생체징후 또는 활력징후라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바이탈 사인(vital sign)이라는 영문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흔히 의료인들이 쓰는 말로 `바이탈이 흔들린다`고 하면 환자의 활력징후 중 하나 혹은 다수 지표가 정상치를 크게 벗어나 있다는 표현으로, 환자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이 중 체온 상승은 감염성 질환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활력징후 이상 소견이다. 코로나19 등의 감염 시 체온이 증가하는 까닭은 신체의 방어 기전 때문이다. 외부에서 세균 혹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면역세포들로부터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미세단백질이 분비된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촉발인자로 작용할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작용해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도 한다. 감염 상태에서 체온을 올리는 것도 사이토카인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체온 상승 자체가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이러한 체온 상승은 자연스러운 신체의 방어기전 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열이 난다고 해서 무턱대고 원인 질환에 대한 평가 없이 해열제 등을 투여헤 체온을 낮추려는 시도는 삼가는 것이 좋다.

체온 상승에 의해 면역력이 강화되는 반면,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대체로 체온이 1℃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가량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체온 저하에 의해 신체 대사도 저하되는데, 인체 내 각종 효소들의 활성도가 저해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체온 조절은 무척 중요하다. 체온조절 중추는 대뇌 아래 위치한 시상하부에 있는데, 시상하부는 자율신경 조절과 각종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다. 말초 온도 수용기 자극 및 혈액 온도 변화를 감지해 이 변화를 사전에 세팅되어 있는 정상 체온과 비교해 되먹임 조절 작용을 수행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체온 조절 방법은 피부로 가는 혈류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체온이 높은 경우 피부로 가는 혈관을 확장해 많은 양의 혈액이 체표로 흐르게 하여 외부로 열을 발산시키고, 체온이 낮은 경우 이와 반대로 피부로 가는 혈관을 축소시킨다. 또한 자율 신경의 일종인 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땀샘에서의 땀 분비가 늘어나게 하여 체온을 낮추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나 부위에 따라 정상 체온은 미세한 차이가 있으므로 건강한 상태에서 평소 자신의 체온을 측정해 정상 체온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체온 측정에는 빨간색 혹은 은색 수은주가 있는 유리 체온계가 주로 사용됐다. 구강 혹은 겨드랑이에서 측정된 온도는 정확한 편이지만 사용이 불편할 뿐 아니라 비위생적이기도 했다. 자칫 측정 중에 유리로 된 체온계가 부러질 경우 수은이 유출되어 인체에 유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오는 2021년 4월부터는 전면적으로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이후 한때 유행했던 체온계 형태로 귀적외선 체온계가 있다. 하지만 측정 과정에서 귓구멍과 접촉하게 되므로 위생 목적의 1회용 덮개가 필요한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 주로 사용되는 것은 비접촉식 피부 적외선 체온계이다. 이마에 체온계를 가까이 하면 적외선 센서 강도에 따라 체온이 표시되어 직접 접촉 없이도 측정이 가능하다. 측정 부위에 이물질이나 땀이 묻어 있는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3회 측정해 가장 높은 수치를 체온으로 읽는다.

미래 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는데,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이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영문 `contact`에 부정의 의미를 주는 접두어 `Un`을 조합해 만든 신조어로, 우리말로 하면 `비접촉`이라는 의미이다. 병원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위해 대기 중인 내원객들을 보면서 언택트 체온계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경 대전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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