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두 달 전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은 적 있다. 인사차 방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기자실 소파에 자리잡고 앉더니 구 공무원들이 문건을 돌린다. A4용지 25장의 묵직한 자료에 `경제활력 회복! 대덕구가 앞장섭니다! 코로나19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경제살리기 종합대책`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면서 경제도 살려야 하는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비장감도 풍긴다. 박 청장이 브리핑을 시작하자 구 공무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3월 19일 정밀한 각본 아래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덕구청장만의 단독 기자간담회는 이랬다. 기자들과 대전시 내부에선 `당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인사를 가장 `날치기 간담회`를 했다는 얘기다. 시 대변인실에 정식 간담회를 요청·협의하면 될 일을 `작전` 펼치듯 했다. 구청장이 `큰집`에서 간담회를 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시는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시 역시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급방안을 논의 중이었고 허태정 시장 브리핑이 사전 예고된 터였다. 위기 극복 파트너인 자치구가 속된 말로 선빵을 날렸고 시 경제대책은 힘이 빠졌다. 한 번의 해프닝으로 넘겼는데 오판인 듯하다. 최근 박 청장의 `메시지` 행보를 보면 심증이 확증으로 굳는다. 박 청장은 어린이날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라는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어린이헌장과 아동권리헌장을 되새겨봤다고 했다. 어버이날에는 `늘 주기만 한 사랑, 이젠 받으세요`라고 했다. 압권은 18일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5월 광주 정신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다. 이쯤 되니 그가 활동가인지 구청장인지, 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는지 헷갈린다. 4월 총선 결과 대전은 국회의원·시장·구청장까지 온통 파란 물결이 됐다. `원팀`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재선 구청장을 거쳐 광역단체장으로 올라선 허 시장을 아직도 자신과 동급으로 여기며 사사건건 대립하려는 이가 있고, 벌써부터 `포스트 허태정`을 노리며 자기정치에 몰두하는 이가 있는 한 원팀은 듣기 좋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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