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산장려운동]충청 향토기업 상품 이용하자 ㉝ 장충동왕족발

장충동왕족발 충북 청주 공장 전경. 사진=김용언 기자
장충동왕족발 충북 청주 공장 전경. 사진=김용언 기자
과거 돼지발은 포장마차 등에서나 취급되던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한 식품분야로 자리 잡았다. 버려지던 부산물에 불과했던 돼지발이 인기품목의 원재료로 인정받아 육가공업체의 수익을 높여주는 효자 상품이 된 것.

국내 대표야식인 족발. 그 중 장충동왕족발(대표 신신자)은 족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상징적인 곳이다. 전국에 15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어 족발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하지만 장충동왕족발이 대전에 뿌리를 둔 프랜차이즈라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도 있다. 지명(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업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전 연고 프랜차이즈의 역사가 녹아있다.

◇대전 뿌리 둔 전국 프랜차이즈= 장충동왕족발은 1985년 대전 은행동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역에 뿌리를 둔 프랜차이즈다. 1991년 장충동왕족발로 상표등록을 마치고 1993년 공장을 신축, 전국 가맹점은 50여 개에 달했다.

현재 장충동왕족발을 이끌고 있는 신신자 대표는 1997년 장충동왕족발과 연을 맺었다. 남편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전 재산이 압류됐고 대전을 떠나 부산 동래구에서 장충동왕족발 가맹점을 열었다.

배달음식이 별로 없던 당시. 가게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그런데 배달사고가 났고 손님은 족발을 맛 볼 수 없었다. 이튿날 신 대표는 미안한 마음에 다음 날 직접 족발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 사과했다. 그의 가게는 점차 입소문을 탔고 승승장구 전국 1위 매출을 찍게 됐다. 본사는 그에게 체인본부장을 권유했고, 2001년에는 장충동왕족발을 인수하게 됐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창업초기인 1997년 IMF 위기에 크게 휘청였다. 당시 상추 가격은 한 박스에 7만-8만 원까지 뛰었다. 족발보다 상추 가격이 더 비싼 셈이었다. 다른 업체들은 상추 양을 줄이거나 아예 빼버렸다. 하지만 장충동왕족발은 오히려 상추 양을 늘렸다. 주문이 밀려들었고 매출은 평소보다 더 올랐다.

신 대표는 "고객 만족이 가장 큰 이익임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구제역 파동도 고비였다. 원재료 값이 3배 이상 뛰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돼지고기 소비가 줄면서 매출은 40% 정도 급감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수입산 족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신 대표는 고객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생각에 국내산을 고집했다.

장충동왕족발이 여전히 국내산을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냉동 제품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물류비용도 더 들지만 냉장 탑차도 아웃소싱 없이 직접 운영하면서 족발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맛 하나로 인정받은 족발= 누가 뭐라 해도 음식 프랜차이즈의 성패는 맛에 달렸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족발 전문점 사이에서 장충동왕족발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도 맛이다. 장충동왕족발의 모든 족발은 본사에서 직접 공급한다.

전국 모든 가맹점의 맛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다. 세척하는 물은 4.5도로 일정하게 천일염을 쓰는 등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족발 맛을 볼 수 있다. 염산 분해로 만든 산 분해 간장(시중 간장)이 아닌 자연발효로 제조한 양조간장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직접 담은 메주로 제조한 양조간장은 나트륨 성분이 낮고 깊은 맛을 더해준다. 제조 설비의 현대화도 한몫 하고 있다. 돼지발의 피 빼기 작업 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육질의 변화를 사전에 막고, 최종 제품은 표면 살균을 거쳐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원료 수급도 철저하다.

원료는 전문 육가공 공장과 직접 계약해 신선도를 유지를 최우선으로 한다. 매 과정마다 육수를 필터링과 기름 제거 작업을 해 장충동왕족발의 육수에는 트랜스지방과 벤조피렌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원자재 관리도 눈여겨 볼만하다. 무는 가을에 파종해 초봄에 수확한 제주산 무를 사용한다. 단맛이 강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 공수하는 배추는 두께가 얇고 고소하며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신 대표는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정성을 가득 담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장충동왕족발은 2009년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이후 식품 안전성을 인정받아 한국형 외식업 프랜차이즈 우수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는 지역 사회와의 동행= 장충동왕족발은 지역 사회와의 동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식품 기부와 지역 인재 육성 장학금 기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신 대표의 나눔에 대한 평소 지론에서 나온다.

신 대표는 "전체 매출을 100이라고 하면 이 중 10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려 한다"며 "전 직원들이 노력해 보다 많은 매출을 기록, 지역 사회 환원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기회가 닿는다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신 대표는 "성장보다는 신뢰받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느끼는 감사함을 지역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며 "나눔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용언 기자

"음식은 산업 아닌 건강 먼저 고려해야"

장충동왕족발 신신자 대표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악수를 건넨 손은 흥건했다. 한 기업의 사장이라면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전국 150여 개 이상의 체인점을 보유한 국내 족발 1호 프랜차이즈인 `장충동왕족발`의 신신자 대표와 최근 충북 청주 공장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올해가 회사 창립 35주년인데 아직도 할 일이 태산 같아 잠시라도 손을 멈출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신 대표는 남편의 사업 실패 후 대전을 떠나 부산에서 장충동왕족발을 개업했다. 악착같이 사업을 꾸려 전국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부산 지사장 겸 체인본부장 자리까지 올랐다. 평범한 주부에서 가맹점주, 지사장, 체인본부장을 거쳐 대표 자리까지 올라선 것. 이런 신 대표의 최대 관심은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다.

2001년 장충동왕족발을 인수한 그는 이듬해 인생을 바꾸는 책을 접하게 됐다. 베스킨라빈스 창업주의 아들인 존 라빈스의 `음식 혁명`이라는 책이다.

신 대표는 "이 책을 읽고 존 라빈스는 막대한 유산도 포기하고 채식주의자가 돼서 바른 먹거리를 추구하자고 했다"며 "기존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인공감미료, 조미료 등을 빼거나 최소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족발은 가공법이 중요하다. 첨가물을 덜 넣고 조리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음식은 산업이 아닌 건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올바른 맛을 위한 그의 고집에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신 대표는 육질을 쫄깃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빙초산을 제조 과정에서 빼려했다.

음식의 감칠맛을 높이지만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이다. 대체재로 현미식초를 이용하려 하자 공장 관계자들이 `맛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만류했지만, 긴 설득 끝에 빙초산을 제조과정에서 뺐다.

신 대표는 "각종 첨가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감안하면 우리 족발이 심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극적인 맛을 배제하면서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고민은 장충동왕족발에 대한 브랜드 이용권이다. 지리적 명칭이라서 특허보호를 받지 못해 유사상호가 난립하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정공법을 택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각오와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한 그는 새로운 계획을 전했다.

신 대표는 "가정간편식 시장 확산에 맞춰 대형마트·편의점 등에 납품하고 있는 B2B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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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왕족발의 다양한 제품. 사진=장충동왕족발 제공
장충동왕족발의 다양한 제품. 사진=장충동왕족발 제공
장충동왕족발 캐릭터 돈돌이. 사진=장충동왕족발 제공
장충동왕족발 캐릭터 돈돌이. 사진=장충동왕족발 제공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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