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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줄탁동시

2020-05-18기사 편집 2020-05-18 07: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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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이성춘 한빛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병아리 부화 시기가 되면 병아리가 껍질을 깨려고 약한 부리로 온 힘을 다해 쪼아 댄다. 세 시간 안에 나오지 못하면 질식하니 사력을 다한다. 그것이 병아리가 안에서 쪼아 댄다는 '줄'이다.

이때 어미닭이 그 신호를 알아 차려 바깥에서 부리로 알 껍질을 쪼아줘 병아리의 부화를 돕는다. 이렇게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 생명은 온전히 탄생한다. 이 말은 내게 많은 울림을 줬다. 어미닭을 부모 역할에 비유해 보자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애정을 가지고 아이를 잘 관찰 하는 게 필요하다.

타이밍을 맞추려면 알이 보내는 신호를 잘 들어야 한다. 경청이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멋대로 판단해 버리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없는지.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할뿐더러 자신을 앞서 드러내려 하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이나 패기가 넘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또한 적지 않다. 만일 학업이나 삶에서 예상치 못한 어떤 낭패를 겪게 되면 크게 좌절하며 깊은 실의에 빠진다.

나의 시각에서는 요즘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너무 성급하게 성취감을 맛보려 하거나 쉽게 어떤 결말을 얻으려 한다는 판단이다. 대개 무엇인가를 미리부터 산정하고 출발하면 금방 흥미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지치기도 쉽고 소득도 별로 크지 않다.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가 정말 좋아 그 일에 흠뻑 빠질 때 더욱 즐겁고 수확도 크다. 만일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즐겁게 늘 곁에서 보고 아끼고 또 그것을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것은 친구와 연인관계에서도 그렇고 학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늘 보고 가까이 하고 애쓰다 보면 절로 이뤄진다. 오랜 기간 동안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 중에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며 스스로 각성하고 여러 면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참으로 영특한 사람들이다. 자신에 대한 투자는 세월이 지나도 결코 손실이 없다. 그러나 또 많은 수의 느긋한 학생들은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하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에서 정작 마땅히 시작할 시점을 놓쳐 머뭇거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런 경우에는 대게 차일피일 핑계 거리만 들먹이다 착수조차 어렵게 된다. 아무 때라도 바로 그때가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다. 혹시 누군가가 나에게 우리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지금보다 더 치열한 근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음을 보면 그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다. 옛 말에 줄탁동시 라는 재미있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사자성어가 주는 교훈은 양자 모두에 있다고 본다.

우선 이 말은 수도승의 역량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가 빨리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스승의 예지력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것은 오히려 '줄'이다. 온전한 자연 상태에서 세상에 갓 태어나려면 연약한 어린 병아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수한 몸부림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안쪽에서 힘겨워하는 병아리가 안쓰러워 밖에서 깨주면 그 병아리가 쉽게 태어나겠지만 살지 못한다. 그래서 어미닭은 병아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껍질 깨기에 도전할 것을 기다리며 지루한 그 과정이 거의 완료돼 바깥쪽까지 금이 생길 즈음에야 비로소 바깥에서 '탁'하고 쪼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줄이 없으면 탁의 의미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먼저 알을 깨기 시작하는 강한 의지와 치열한 몸부림은 오늘도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다.

이성춘 한빛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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