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엊그제 충남도와 서해안을 접한 충남의 5개 시군은 갑작스런 소식에 진한 `코로나블루`를 경험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이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로 이전한다는 소식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우울한데 더욱 쓸쓸하고 허탈한 하루였다.

중부해경청의 이전 위치가 확정된 이날은 공교롭게도 충남도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민선 7기 충남도정을 설명하고, 주요 현안을 건의하는 날이었다. 이 자리에서 양승조 충남지사와 실국장,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부해경청 이전 대상지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 됐다. 하필이면 충남도가 중부해경청의 충남 서해안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하는 날, 이전 대상지가 확정됐다. 내심 충남 서해안으로 이전을 기대했던 도와 지자체들은 발칵 뒤집혔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가지 객관적인 자료들은 충남 서해안이 중부해경청의 적지임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중부해경청 충남 이전을 건의해 왔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보령·서산·당진·홍성·태안 등 5개 시·군과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전달하기도 했다. 도는 해경 본청이 인천에 위치해 있는 만큼, 지방해경청은 치안수요가 절대적으로 많고, 해양치안행정 연계성을 고려해 충남에 위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실제 충남은 경기·인천지역 보다 어선 수나 어업인 수가 많고, 어업 민원 등도 월등한 상황이다. 해안선 길이의 경우 충남이 1242.03㎞에 달하지만, 인천은 1078.82㎞, 경기도는 260.12㎞에 불과하다. 어선 수는 충남이 5735척으로, 경기 1825척과 인천 1530척을 합한 것보다 많다. 충남의 어업인 수 역시 1만 7999명으로, 경기 1477명과 인천 4729명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지리적인 특성으로 봐도 충남이 최적지다. 충남 서해에는 특히 중국어선 출몰이 잦은 데다, 서해 영해기점 도서로 안보 및 어업 분쟁 지역인 격렬비열도가 위치해 해양 치안과 안전, 해양영토의 효율적 관리·운영을 위해 중부해경청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충남 이전이 마땅하다. 인천에 밀집된 해양경찰기관의 국가 균형적 배치가 필요하다. 중부해경청의 경기도 시흥 이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인천 송도의 현 청사와 시흥 배곧신도시는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이전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지역불균형 해소, 치안수요 보다는 중부해경청 직원들의 편의만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의 한 고위 공직자는 이번 일을 두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사실 충남도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중앙기관 유치나 정부주도의 공모사업에서 수긍이 가지 않는 결정이 더러 있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나 소방복합치유센터 유치에서도 충남은 뼈아픈 경험을 했다.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는 행정적인 수요로 볼 때 당연히 전국의 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가 위치한 충남 서해안이 최적지인데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다. 소방치유센터도 내포신도시 내 홍성과 예산, 아산 등이 후보지에 올랐지만 무산됐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수도권에 입지한 공공기관들의 추가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더더욱 걱정된다. 평소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을 아끼던 양승조 지사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말대로 5개 시·군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유치 활동을 전개해 온 충남의 입장에서는 심히 유감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과 단체는 적게는 120개, 많게는 300개 이상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가기관의 이전 등에 따른 후보지를 선택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충남은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충남을 우울하게 만드는 `코로나블루`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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