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원내 1당 차지인 차기 국회의장과 제1 부의장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충청 출신 중진 의원들의 동시 출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 경험하기 쉽지 않았던 모습이며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체급이 성장했음을 엿볼 수 있다. 흥행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될 만하다. 충청 출신들이 의장과 부의장 투 트랙으로 나뉘어 경선을 벌이게 되는데 이런 희귀한 정치이벤트에 무감각해진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알다시피 국회의장단 경선은 의장 자리와 부의장 자리로 나뉜다. 의장 경선의 경우 대전 출신 6선 박병석 의원이 경기 수원 출신 5선 김진표 의원과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칠 게 확실시된다. 경선 예정일인 오는 25일 전에 어느 한명이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당선인 전체 의사를 물어 순서를 정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두 의원의 득표 전쟁은 시작됐다. 순리와 관례에 따르면 어렵지 않게 교통정리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현재로선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100%다.

박 의원의 국회의장 빅매치와 함께 부의장 경선에도 시선이 간다. 같은 대전 출신 5선 이상민 의원이 한발 앞서 권력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충북 청원 출신 5선 변재일 의원도 경선 주자로 거명되고 있다. 변 의원이 후보등록을 하면 대전·충북 의원이 맞붙는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고 반대로 변 의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 의원과 타 권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 참여 수에 따라 대결 판이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천 소사가 지역구인 4선 김상희 의원이 당내 여성의원 그룹의 추대를 받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부의장 경선은 최소 양자 대결, 아니면 다자 대결 구도로 갈 게 유력하다.

이들 충청 의원들이 각개전투에 나설 경우 두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다. 최상의 그림은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으로, 의장·부의장을 동시 석권해내는 것이다. 박 의원이 의장 경선에서 승리하고 부의장 종목에서도 충청 의원이 수중에 넣으면 국회의장단 권력의 충청 과점은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의장 경선을 이기기만 해도 사실상 충청 승리나 마찬가지다. 부의장직 공략이 난공불락이라기 보다 표심이 그런 결과를 낳게 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정리하면 지역 입장에서 1순위 타깃은 의장 자리여야 한다. 그게 실익이 가장 크고 무엇보다 충청권 복합 현안을 순항시키기 위해선 박 의원 국회의장 카드 소구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잘 안되면 후반기 2년을 맡으면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얘기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보통 전반기 의장과 후반기 의장은 프리미엄 결이 다르다 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반기 2년은 문재인 정부 후반 임기 2년과 맞물리는 동시에 차기 대선 일정이 포함된다. 의장 재임중에 대선을 치르는 것하고 새 정권에서 후반기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저울추는 전반기 의장 쪽으로 기울 게 돼 있다.

충청 의원들의 의장·부의장직 양동작전은 시너지 효과를 낼까, 서로 배타성을 띨까.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메이저 대회에 여러 명이 출전하면 우승 확률이 높아질 듯 싶지만 의장단 경선 틀에 대입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먼저 경선에 나서는 충청 의원들 표의 확장성이 걸린다. 서로간에 보완재로 작용하면 좋지만 자기 선거에 매몰되면 연결고리가 느슨해질 것이고 심지어 경선 투표 때 `탈(脫)동조화`가 진행될지도 모른다. A의원, B의원 혹은 C의원의 행보가 어긋날 수도 있다.

이는 상상력의 산물이고 개연성의 영역일 뿐이다. 분위기를 타고 주도권을 쥐면 이변을 일으키지 못할 것도 없다. 충청 중진의원들의 포스트 총선 선택은 자기책임을 수반한다. 의장단 경선을 앞두고 각자 개인기로 뛰더라도 이점을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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