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이 만든 공간
△공간이 만든 공간(유현준 지음)= 강연, 방송 등을 통해 건축과 대중을 연결시키고 있는 인문 건축가 유현준이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담론으로 신작을 출간했다. 저자는 기후, 문화, 변종이라는 세 가지의 큰 틀 안에서 공간을 해석했다. 농업혁명과 도시 형성은 문명을 발생시켰고 기후적·지리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문화를 만들었다.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인 건축은 기후와 환경이 다른 동양과 서양이 각자 다른 양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지역 간 문화의 교류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분야 간 융합과 시대 간 접목으로 문화가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공간을 중심으로 문화의 기원, 교류, 진화에 대해 풀어낸 저자의 흥미로운 주장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읽는 재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을유문화사·408쪽·1만 6500원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이재열 지음)=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곳곳에 널려 있다는 각성은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했다. 코로나19는 사람 간에 쉽게 전염되는 특성상 사회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사회적 질병이다. 전 세계에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 기본 소득제 등 새로운 사회 제도로 대응해야 하는 지금, 미생물학이 시민의 필수 교양으로 부상한 까닭이다. 이 책은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 사회를 두루 살펴보는 과학 에세이다.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 현재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돼 줄 것이다. 사이언스북스·320쪽·1만 5500원

△염증에 걸린 마음(에드워드 불모어 지음·정지인 옮김)= 우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문제를 그저 `마음`의 문제로 다뤄왔다. 그러다 30년 전 `뇌 속에 세로토닌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뇌에 기반한 정신의학의 핵심 가설이 등장하면서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개발됐다. 그러나 항우울제가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지금도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은 항우울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우울증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인 에드워드 불모어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의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책은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신체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는지, 새로운 치료법은 등장할 것인지에 답하는 최초의 대중 교양서다. 심심·328쪽·1만 8000원

△진정성의 힘(제임스 H. 길모어, B. 조지프 파인 2세 지음·윤영호 옮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진실성과 가식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구매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소비자는 상품이 자신의 이미지와 잘 부합할수록 더 진실된 것으로 여긴다. 제임스 H. 길모어와 B. 조지프 파인 2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진정성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또한 디즈니는 체험을 강조하고, 스타벅스는 원두의 고유성을 중시하듯 다양한 경제적 산출물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진정성을 강조하고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준다. 그럴듯하지만 기업 정체성을 거스르거나, 팩트를 등한시해 실패한 사례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이 진정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고유의 진정성을 구축하는 일이다. 같은 시장이라도 모든 기업은 역사와 지향이 다르고, 상품과 서비스도 다르기 때문이다. 타사와의 비교보다는 역사와 체험, 고객 피드백을 중시해 가능한 진정성의 현실을 구성하라는 것이 두 저자 주장의 핵심이다. 21세기북스·440쪽·2만 2000원

손민섭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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