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는 X, 대형마트 내 임대매장은 O, 기차표는 '대전시민'만… 난해한 지원금 사용 조건
신용·체크카드, 지역화폐 등 지급수단별 사용 범위 달라. 지역화폐는 귀금속도 구매가능

대형마트
대형마트 "소상공인 임대매장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점포 내 소상공인 임대매장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매장 모습. 2020.5.12 [연합뉴스]
"대형마트는 안되고 마트내 약국은 되고… 재난지원금 사용처 헷갈려요."

지난 11일부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지급이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은 지원금의 사용처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복잡한 조건으로 사용처를 헷갈리기 십상인 것은 물론이고, 신용·체크카드와 지역화폐 등 지급수단별로 사용 범위가 달라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와 맞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사용처를 헷갈리기 쉬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형마트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백화점·대형마트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매장 내 입점한 임대매장 중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약국, 미용실 등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조차도 소상공인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다. 결국 소비자가 매장을 일일이 방문해 재난지원금 사용가능여부를 묻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프랜차이즈 업체도 직영점인지 가맹점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신청자가 거주하는 각 시·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는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지만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은 본사가 소재한 지역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차표는 `대전시민`만 결제할 수 있다. 카드매출이 잡히는 한국철도(코레일)의 본사가 대전에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모든 지점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서울시민`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난해하고 지급수단에 따라 달라지는 재난지원금 사용기준에 지역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시민 김모(72)씨는 "대전형긴급재난생계지원금으로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다 결제가 되지 않아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도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금을 더 준다니 좋지만 어디서 쓸 수 있는지 몰라 결국 집 앞 슈퍼만 가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지급 수단별로 사용처 범위가 달라 재난지원금 취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오는 18일부터는 지역화폐로도 정부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대전 대덕구와 세종시에서는 각각 지역화폐 `대덕e로움`, `여민전`을 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받으면 귀금속 구매나 노래방·골프장 등 레저시설에서 결제가 가능한 반면 신용·체크카드는 결제가 불가능 하다. 지역골목경제 활성화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치품과 레저업종에 결제 제한을 둔 정부의 취지와 맞지 않는 셈이다.

대전 서구 용문동에 거주하는 시민 최모(38)씨는 "귀금속 같은 사치품과 노래방 등 레저시설 이용이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아무리 지급수단별로 사용범위가 달라져도 사치품목 결제나 감염우려 업종은 결제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전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현재 재난지원금 사용처 안내는 두루뭉술한 범위만 안내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용처를 혼동하고 있다"며 "누구나 쉽게 사용처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자체 홈페이지에 검색창을 만드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정부 방침에 맞춰 지역화폐 사용처 범위를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덕구 관계자는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도 발급받을 수 있게 한 것은 각 지역화폐의 사용범위를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사용범위를 수정하려면 지역화폐 카드를 회수하고 재발급해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황의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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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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