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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가정의 달에 돌아보는 ‘가족’의 의미

2020-05-13기사 편집 2020-05-13 07: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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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매번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올해는 무사히(?) 지나갔다. 두 아들을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혹여나 흔한 카네이션 한 송이 받지 못하면 얼마나 서운할지, 잊혀진 부모가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대범하게 연연하지 말자 하면서도 막상 그날이 돌아오면 마음이 소심해진다. 이런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와 돌아보니 부모님 살아계실 때 성심을 다 했나? 라는 자문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부모가 돼서야 비로소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조금은 이해할 듯 싶다. 부모님, 죄송합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전국의 633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은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0.94%에 이르렀다. 찬성 의견이 23.34%에 불과해(나머지는 의견 없음) 조사에 참여한 10가주 중 4가구 꼴로 부모부양의 자녀 책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늙은 부모를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가족이 해체되고, 소가족·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자녀들의 부모부양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 세태가 정확하게 반영된 설문결과인 것이다.

얼마 전 독일작가 마아케 반 덴 붐의 저서 '행복한 나라의 조건'을 읽은 적이 있다. 책은 OECD가 선정한 행복지수가 높은 13개 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왜 행복한지에 대한 현장 인터뷰를 통해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서술한 내용이다.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덴마크 사람들은 왜 자신의 몫을 국가에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교육 없는 핀란드는 어떻게 학업성취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국가부도사태를 겪은 아이슬란드의 행복지수는 왜 떨어지지 않는 걸까? 국민 23%가 빈곤층인 코스타리카는 왜 국토의 1/3을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걸까? 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작가는 행복지수와 경제수준의 상관성이 매우 낮다고 결론 내린다. 오히려 행복지수를 높이는 조건으로 시간적 여유, 촘촘한 사회복지망, 존중, 배려 등을 꼽는다. 신뢰 또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제시하는데, 길가에 세워놓은 자전거에 2중 3중의 자물쇠를 채워도 불안한 사회, 민·형사사건이 넘쳐나는 사회가 편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작가가 가장 강조하는 행복의 조건은 '가족'이다.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회는 대부분 그 중심에 가족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대가족을 이뤄 살던 시절에는 이른바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최소 단위의 공동체인 가정에서 자연스레 예절을 배웠으며, 저절로 인성교육이 이루어졌다. 요즘처럼 천륜을 거스르는 반사회적 범죄는 물론, 부모의 유산을 탐하는 자식이야기나 부모가 자녀의 불효를 법에 호소하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족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호화유람선을 타고, 한정판 명품가방을 들고, 미슐랭 식당을 드나들고, 대저택에 억대 외제차를 굴려도 그 허무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뜻하지 않게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TV에서는 손흥민부터 시작된 스포츠 스타의 원맨쇼가 박지성을 거쳐 2002년 월드컵까지 소환해도 일상으로의 복귀소식은 까마득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스승의날이 연달아 이어지는 요즘이 부담스러워 등골이 휘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는 순간들이다. 지금 당장 전화기를 꺼내 부모님께 안부전화 한통 드리면 어떨까? 가정의 달 5월에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조성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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