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자, 학교급식에 유통되던 많은 농산물이 폐기된다는 씁쓸한 뉴스도 들려온다. 자식같이 키운 농산물의 판로가 막막해진 농부들에겐 그것이 그들의 생명과도 같기에 마음이 아파온다. 이종구 작가(1955-)는 산업화로 인해 소외에 국면에 빠져든 농촌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작품을 통해 그 부조리를 고발하는 지식인으로서 한국의 독자적인 민중미술을 이끄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나 그는 정교한 필치로 리얼한 농부의 모습과 소, 대지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주목받았는데, 200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종구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는 종이 부조 기법과 삽, 쌀, 벼 등의 오브제를 이용해 농부의 손을 표현한 `대지의 손`(2005) 시리즈가 있다. 이러한 작품은 노동의 신성함과 동시에 씨앗에 담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데, 2020년 코로나 19로 힘겨워진 농촌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도 한다.
코로나 19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생활방침에는 어느 정도 적응되기도 했지만, 내겐 여전히 세끼니 `밥하기`는 힘들다. `밥하기`도 그렇고, 생계가 막막해진 많은 사람들의 고통에도 더 깊이 공감이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어떤 세상일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제쳐두더라도 어서 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랄뿐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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