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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밥'의 숭고함에 대해서

2020-05-13 기사
편집 2020-05-13 07: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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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고경옥 큐레이터
아침마다 큰 고민에 빠진다. 분명 어제 저녁에 다 마친 것 같은데, '밥하기'는 또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숙명과도 같은 '밥하기'는 때론 죽지 않는 좀비같이 무섭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몇 달째 딸이 학교에 가지 않자, 내게 이 '밥하기'의 압박은 몇 배나 가중됐다. 그래서 일상의 제일 큰 숙제는 아침마다 밥하는 것이 됐다. 주변의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역시 세끼 밥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러고 보면 이 '밥하기'가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에 위로가 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자, 학교급식에 유통되던 많은 농산물이 폐기된다는 씁쓸한 뉴스도 들려온다. 자식같이 키운 농산물의 판로가 막막해진 농부들에겐 그것이 그들의 생명과도 같기에 마음이 아파온다. 이종구 작가(1955-)는 산업화로 인해 소외에 국면에 빠져든 농촌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작품을 통해 그 부조리를 고발하는 지식인으로서 한국의 독자적인 민중미술을 이끄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나 그는 정교한 필치로 리얼한 농부의 모습과 소, 대지 등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주목받았는데, 200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종구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는 종이 부조 기법과 삽, 쌀, 벼 등의 오브제를 이용해 농부의 손을 표현한 '대지의 손'(2005) 시리즈가 있다. 이러한 작품은 노동의 신성함과 동시에 씨앗에 담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데, 2020년 코로나 19로 힘겨워진 농촌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도 한다.

코로나 19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생활방침에는 어느 정도 적응되기도 했지만, 내겐 여전히 세끼니 '밥하기'는 힘들다. '밥하기'도 그렇고, 생계가 막막해진 많은 사람들의 고통에도 더 깊이 공감이 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것이 어떤 세상일까 두려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제쳐두더라도 어서 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복귀하길 바랄뿐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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