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먼 미래처럼 느껴졌던 수소경제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수소는 그 양이 무궁무진하고 연소과정에서 공해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석유나 석탄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2050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수소가 담당하게 되며,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량은 연 60억t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독일, 영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수소경제를 실현한다는 비전을 수립하고, H2USA라는 민관 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한 우리나라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수소경제를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수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하여 기술적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와함께 2030년까지 63만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고 520개소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소를 확보할 것인가? 우선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수전해 수소는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진정한 그린수소라고 할 수 있으나 기술 및 경제성 문제로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다음으로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확보되는 수소가 있지만 이러한 부생수소는 대부분 현장에서 곧바로 재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천연가스 등의 화석에너지자원이나 바이오가스로부터 추출되는 수소다.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96%가 천연가스, LPG,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생산되는 추출수소이다. 추출수소의 생산과정에서는 탄소가 발생하나, 그린수소 기반의 완전한 수소경제체제로 전환될 때까지는 화석에너지 기반 추출수소의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미국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지금과 같이 저가의 천연가스가 계속 공급된다면 2050년까지도 거의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로부터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의 로드맵에서도 2030년까지는 천연가스로부터 추출된 수소가 전체 수소 수요의 50%를, 그리고 2040년에는 30%를 담당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2040년에 필요한 추출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440만t의 천연가스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약 10% 정도이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천연가스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한편,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과 수소 연료전지 기술 분야에서는 백금 촉매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가격이 1kg당 1억원이 넘는 고가인데다 높은 온도에서 쉽게 변형되어 기능을 상실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디젤 자동차 촉매의 경우 백금이 3-8g 정도만 사용되나 수소전기차에는 30-60g이나 사용되어 경제성 측면에서도 걸림돌이다. 따라서 백금 대체재 개발이 시급한데 니켈, 몰리브덴 등의 광물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액체 유기물 수소저장체(LOHC,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를 만드는데도 수소를 유기물에 붙이거나 떼어내기 위한 촉매가 필요한데 루테늄이나 팔라듐 등의 희유금속광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백금은 물론 니켈, 루테늄 등 대부분의 희유금속 광물자원들은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 공급원 확보가 필요하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수소법을 제정하는 등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필요한 제반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과감한 수소경제 드라이브다. 그러나 천연가스자원과 촉매용 희유금속 광물자원의 안정적 확보는 수소경제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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