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김영삼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나, 8일 어버이나,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면서 성년의 날이다.

이렇듯 5월은 `행복의 보금자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5월을 가정의 달로 만들었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관계를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과 함께 가정을 특별히 돌아보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 또한 그저 앞에서 빛나는 한순간에 집착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있을 행복조차도 알아채지 못하고 짧은 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생각이 드는 달이다.

항상 곁에 있는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직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부모님의 은혜는 또 얼마나 깊은지, 참된 스승이 이끌어주신 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부간의 사랑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알기까지 수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야 알아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보석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일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늘어나 사랑은 익어가고, 감사는 더욱 깊어진다.

특히 부모님의 사랑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이 깊고 넓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절실히 느낀다.

101세 어머님께서 `서장에 가고 싶다`는 말씀에 따라 세 발 자전거를 손수 만들어 어머니가 앉을 자리를 만들고, 사방에 창문을 만들어 경치를 볼 수 있게 제작을 해서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난 70대 아들의 이야기인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이라는 책을 나는 최근에 감명 깊게 읽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이 할아버지는 서장에 가고 싶다는 어머니께 비행기 삯을 드리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 그러나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항상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날로 쇠약해져 가는 어머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긴 `소풍`을 떠나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실행을 무모한 행동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장은 세계 최고의 고원지대로 기후의 변화도 심하다. 티베트에서도 가장 높은 산맥과 빙하로 이뤄진 곳이다.

900일 동안 어머니와 아들의 긴 여행이야기는 정말로 가슴이 메어진다. 먹을 음식들을 조달하고 직접 만들어 어머님에게 드리는 아들의 진심어린 마음. 어머니와 함께 잠자리에 들기 위하여 들판에 천막을 치며 눈비와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했다.

무더위에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냇물을 만나면 빨래도 하고 몸도 닦아 드리는 70세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수레에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만두와 칼국수를 만들어 먹어가면서 여행을 한다.

나중엔 어깨에 피멍이 들고 피가 철철 흘러도 아들은 새 풍경이 나타날 때마다 어린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달렸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 생의 끝자리를 아들은 느낄 수 있었다.

`애비야, 좋다 애비야 세상이 이렇게 넓은지 정말 몰랐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골구석에서 평생을 살아왔으니 아쉽구나 아쉬워.` 어떤 동력장치도 없이 자신의 다리와 어깨 힘으로 자전거 수레를 움직이며 시골길을 달리는 칠순 할아버지, 그리고 이빨이 하나밖에 없는 103세 어머니.

그 둘 사이로 흐른 900여 일의 시간은 참으로 뭉클하면서도 따뜻하다. 어머님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돌아가시기 전 긴 호흡을 몰아 내쉬며 모기 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애비야. 세상구경 참 좋았다. 너와 세상 구경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긴 호흡을 뒤로하고 기쁘게 눈감았다.

아들은 유골을 다시 자전거에 싣고 서장까지 가서 어머님 유해를 안장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에게 삶의 근원에 대한 물음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과연 나는 인간의 도리를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가족과 행복하게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시간은 말 없이 각자의 생각대로 흘러간다. 시간은 마음이 원하는 만큼 행복을 남기고 살아진다.

김영삼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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