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일환 충남복지재단 대표
고일환 충남복지재단 대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몰아넣어 경제, 사회, 문화, 복지, 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90년 전 있었던 대공황 이상으로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데, 이 영향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앞으로의 세계질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일반화 돼 있던 사회적 관행과 생활방식은 상당부분 중단되었고 외출 시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적 거리두기 등은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사회규범이 됐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선진사회 시스템을 가장 잘 갖춘 나라`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률이 증가했으며 소비가 대폭 감소하는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위축돼 정부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러 나라의 요양원, 요양병원, 중증장애인보호시설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집단 감염과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사회복지 생활시설 전반에 걸쳐 감염병 예방과 대응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 밀접접촉이 기본적인 일이라서 물리적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 중 한 사람이라도 감염되면 집단 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필수적인 보호서비스 제공과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상반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감염병 관리는 사회복지시설 및 개별 사업 관련지침에 따라 이루어져 왔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의 서비스 유형별 특성을 감안한 세부지침이 시달돼 감염병 예방과 관리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현재의 여건으로는 능동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앞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이용자 중심 공공재가복지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돌봄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이 과중한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 등을 사회복지시설에서 돌보는 방향으로 복지제도를 운용하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하고 또한 당사자의 인권과 생명의 존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가 추진중인 `커뮤니티 케어`라는 지역통합돌봄 시스템을 조속히 정착시켜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복지서비스 제공인력이 이용자의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하며, 이와 관련된 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두 번째, 사회복지 생활시설에 대한 선제적인 감염병 예방대책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설별로 소방안전 관리자나 위험물안전 관리자가 지정돼 예방과 관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예방과 대응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관리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생활시설에는 감염병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치해 집단 감염을 예방 관리하고, 일정 규모 이하의 시설에 대해서는 직원 중 2명 이상을 담당자로 지정해 감염병과 관련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면 코로나19와 같은 집단 감염병 대응에 효과가 클 것이며, 아울러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 대한 보건관련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시설별로 돌봄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보건기준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모든 돌봄서비스 종사자로 확대하고 그 기준도 상향해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그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감염병 관련 선진시스템을 갖추고 잘 대응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는 것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사회 취약계층 보호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복지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서 국민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수준도 그만큼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일환 충남복지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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