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진 법률사무소 담현 변호사
정훈진 법률사무소 담현 변호사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성숙한 대처와 의료인의 희생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많이 줄어들었고 많은 국가들에 방역대책의 모범이 된 점은 매우 자랑스럽고 그 동안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공을 들인 의료보험 제도에 있어서는 선진국임을 자부할 수 있다. 다만, 그 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영역의 경제활동이 멈췄고, 서비스업, 교육사업, 관광업, 요식업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인 공방을 그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아직도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주변국의 상황과 국내 산업의 침체 상황은 정부에서 강구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은 결국 고용시장의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법원통계월보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 해 3월 전국법원에 신청된 개인파산신청은 4275건, 개인회생은 7950건, 법인회생은 80건으로 이전에 비교해 큰 변화가 없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신청 내용을 살펴보면 장래수입으로 빚을 갚는 개인회생의 신청은 지난해에 비해 적은 반면, 개인파산 신청은 증가했다. 개인회생 중인 사람들이 회생을 포기하고 파산신청을 하는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도산제도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고 희망을 버린 사람들에게 새 삶을 열어주는 선한 정책적 배려이지만 그 이면에는 채권자들의 희생이 따른다. 이에 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은 양보되지 않고 대부분 그대로 존속되며 경제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은행은 담보제도를 통하여 손해를 줄일 수 있고 부과, 징수의 강제성을 띤 4대보험 채권도 그대로 존속하나 일반 채권자들은 자신의 채권을 지킬 마땅한 수단이나 강제력이 없다.

이에 일반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채권임을 확인 받기 위한 형사고소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 경찰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형사고소건수는 매년 60만 건에 이른다. 파산한 채무자에 대해 형사고소를 통해서라도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실효적인 방안이 될 것인지 의문이지만 형편이 비슷한 채권자로서는 도산 면책제도의 강제력으로부터 자신의 채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형사사법제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도산제도가 채권자의 희생을 통해 채무자에게 새 삶과 희망을 주기 위한 제도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채무자에 대한 조세채권을 양보하고, 그 이후에 국민인 일반 채권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등록금은 부담을 넘어 가혹하다. 적어도 배움에 있어서는 경제력의 격차에 따른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 청년에게 큰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많은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못한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지금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마저도 어려운 형편이라 학자금대출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학업을 위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의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파산하더라도 채무가 면책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의 대출목적이 학자금 마련을 위한 것에 제한되는 점, 청년의 취업이 어려운 현실, 청년 실직이 잦은 현실, 채무부담의 내용이나 금액으로 보아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의 낭비에 대하여는 면책되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학자금 대출 채무의 비면책은 가혹한 면이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입법정책과 입법의 권한에 속한다. 20대 국회의 임기는 이달 29일 종료한다. 국회의원 개인의 정치적인 의견이나 정당의 정치적 사정은 있었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 본 20대 국회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새롭게 시작하는 21대 국회는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정훈진 법률사무소 담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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