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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부모로, 자식으로 살아가기

2020-05-08 기사
편집 2020-05-08 07: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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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고경옥 큐레이터
5월은 어깨가 무겁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있는 5월은 그래서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부모로서 혹은 자식으로서 의무와 책임감이 느는 '진짜 성인'이 되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힘겨운 달이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를 실천하느라, 거의 반년 만에 멀리 계신 부모님을 찾아뵀다. 곧 팔순을 내다봄에도 불구하고 두 분 모두 큰 질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 손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우리는 뒷전인 채 늘 그렇듯이 두 분 각자의 일상(어머니는 텃밭 가꾸기, 아버지는 낚시)을 보내느라 분주하시다. 그런 모습에 괜히 심통이 나고 섭섭함이 밀려온다. 게다가 구구절절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어머니와 여전히 소통 안 되는 지점에서 화가 났다. 부모 자식 사이에 아무런 갈등 없이 지내는 집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누적된 게 자극이 되었는지 더 속이 상했다.

20세기 가장 주목받는 조각가이자, 페미니즘 예술가로도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는 70세가 넘은 나이에 청동으로 만든 거미 조각 '마망'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이후에도 놀라울 만큼이나 왕성한 작품활동을 선보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불행했던 가정환경과 이를 방관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그녀의 무의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부르주아는 평생 기억과 고통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부르주아의 외가는 대대로 태피스트리를 수선하고 제작하는 일을 했는데, 부르주아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통해 바느질과 염색을 배웠다고 한다. 부르주아는 평생을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거대한 거미 조각을 비롯해, 천을 꿰매고 수선하는 방식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는 그런 예술 활동을 통해 아버지와 화해하고, 어머니를 애도했다.

그러고 보면 기억은 참 질기고도 무섭다. 한 인간을 평생 지배하기도 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또다시 어머니와의 오랜 숙제이자, 미해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생각하며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본다. 참 무거운 5월이다. 고경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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