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인듯 내꺼아닌' 몸집 커진 렌털 경제

[그래픽=이수진]
[그래픽=이수진]
소비세계가 소유에서 렌털로 넘어가는 추세다. 1인 가구의 증가, 짧아진 제품 교체 주기, 장기화된 경기불황 등의 요인으로 국내 렌털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 경제`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폭풍 성장 렌털 시장= 과거 렌털은 정수기와 비데로 상징됐다. 값비싼 초기 비용을 치르지 않고 일정 금액의 월 이용료만 내면 최신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국내에서는 1998년 웅진코웨이가 정수기 렌털을 시작했다. 이후 헬스케어, 가전용품, 유·아동용품 등으로 확장됐다. 최근 들어선 취미용품, 패션용품, 욜로족(YOLO)을 위한 제품 등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렌털 시장 규모는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렌털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초기 부담 비용이 적고,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70만-80만 원대의 고성능 공기청정기를 렌털하면 적게는 2만 원 많게는 3만 5000원(36개월 할부 기준)선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필터 교환을 해주는데다 설치비와 필터 교체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0만-3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의류관리기도 월 렌털 비용은 5만-6만 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 렌털 시장의 급성장은 경기 침체와 불황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장년층의 비경제 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목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디자인·가격 선호도 역시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제품의 교체 주기가 빨라졌고 소비자는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써볼 수 있는 렌털을 선호한다.

렌털 제품은 주기적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렌털 업체는 해당 제품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주거나 A/S를 무상 혹은 적은 비용으로 제공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소유했을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물건도 렌털= 매일 필요한 건 아닌데 한 번 쓰려고 사야 할지 말지 고민되는 애매한 물건들. 정가 주고 구매하면 비싸지만 렌털비를 내고 빌려 쓰는 유용한 아이템은 생각보다 많다.

렌털 시장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물건까지도 빌려 쓸 수 있다. 정수기처럼 관리 서비스형 렌털 뿐만 아니라 경험 제공형 렌털 비중이 커지고 있다.

경험 제공형 렌털은 안마의자, 캠핑용품, 디지털피아노 같이 초기 비용 부담이 커서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목돈 없이 기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다.

수천만 원이 넘는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프리미엄 모터사이클도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프리미엄 유아동 아이템부터 가전까지 빌려주는 국내 최초 라이프스타일 렌탈 플랫폼 묘미(MYOMEE)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료 완납 후 물건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 아닌 7-14일 물건을 이용할 수 있다. 700여만 원을 호가하는 CHANEL(샤넬) 가방은 이 플랫폼에서 렌털비 17만 4000원, 보증금 5만 원 등을 내면 일주일 동안 가방을 빌려준다.

예술 작품에도 렌털 개념이 도입됐다. 그림 렌털 업체인 오픈갤러리는 소비자의 집 분위기에 맞춰 미술 작품을 3개월 단위로 대여해준다.

코로나19를 반영한 렌털도 있다. 열화상 카메라는 항공, 태양광, 전기시설 등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기였지만, 사람이 많은 기차역, 공공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 렌털 형식으로 배치됐다.

개인위생을 책임지는 렌털 서비스도 있다. ㈜에이치안전건설산업은 손소독기 렌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123만 원 상당의 손소독기를 월 3만 3000원(50대 기준)의 렌털비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업체는 매달 한 차례 기본 정기점검과 소독액 교체(2리터)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일시불·렌털 경제적 소비는= 구매와 렌털 중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할부 구매의 장점은 단연 `경제성`이다. 만약 월 렌털료가 할부금보다 더 낮게 책정된 견적이라면 인수 조건 등 계약 내용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렌털의 장점은 편리성이다. 월 렌털료에 부대비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신경 쓸 부분이 없다. 자동차의 경우엔 절세 혜택도 있어 소비자의 렌털 선호도를 높인다.

자동차의 경우 개인은 보험 경력 인정이 되지 않는 부분과 높은 월 납입금은 단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구매보다 렌털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렌털 가격이 일시불 가격보다 더 비싼 경우도 많다. 결론은 올바른 소비자의 판단이다.

커지는 시장 규모만큼 소비자의 불만도 늘어나는 것도 현실이다. 대표적 렌털 상품인 정수기의 경우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정수기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15년 337건에서 2018년 683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에는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계약 관련 소비자 피해는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관리 서비스 불만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중도해지 요구 시 사업자가 위약금 외 할인 반환금, 등록비, 철거비 등 과다한 비용을 요구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렌털 상품의 대부분이 또 다른 형태의 `할부 판매`라는 점도 소비자의 불만 사항 중 하나다.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소유권 이전형 렌털에서는 소비자가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렌털비가 일정 기간 이상 연체됐을 때는 개인의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소 렌털 업체의 경우 본사가 아닌 외주업체 직원을 통해 허술한 관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원성을 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렌털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사업자가 난립해 품질보다 출혈 경쟁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 기망 행위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렌털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렌털 시장은 아이템별로 다수의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상태"라며 "소비자는 업체의 영업 능력과 원활한 A/S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언 기자·박상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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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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