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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때론 양보가 미덕이다

2020-05-07기사 편집 2020-05-06 18:12:39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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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곽상훈 논설위원
충청권 국회의장 탄생이 초미의 관심이다. 21대 국회는 여당의 독주시대가 예고되면서 차기 국회의장 선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15 총선에서 과반을 넘긴 여당이 국회 주도권을 쥐면서 여야 간 충돌이 예견돼 의장의 중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일이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관례에 따라 의장 몫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맡게 된다. 당내에서도 최다선 의원을 추대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복수의 후보가 나서면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한다. 대전 서구 갑의 박병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언론인 출신으로 그는 내리 6선에 당선되면서 당내 최다선 고지에 오른 인물이다. 19대 국회에선 전반기 부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선 전·하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의 의장 도전은 세 번째다.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대전 7개 선거구를 석권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5선의 원내대표를 지낸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무)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김 의원 역시 이번 총선에서 경기 남부권 선대위원장으로 59개 의석 중 51석을 차지하는데 노력한 공과를 내세워 의장 도전에 나섰다. 최다선 의원과 최고령 의원이 경합을 벌이는 형국이다.

문제는 김 의원이 친문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거슬린다. 21대 국회 특징이 '신 친문'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다는 점에서 박 의원의 의장 대세론도 미궁 속이다. 김 의원과 달리 박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정부 초반 중국 특사로 활동한 전력을 빼고 나면 줄곧 중도 온건한 입장을 견지해 온 점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이날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내대표나 당대표야 친문 그룹에서 독차지하더라도 국회의장까지 친문 일색으로 갈 경우 당내에서도 반발이 일 수 있어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장은 친문이 아닌 중도 성향의 인물을 앉혀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박 의원이 친문 일색에서 벗어날 유일한 인물이란 점에서 원내대표 결과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복병도 있다. 같은 대전지역 출신인 5선의 이상민 의원(유성을)이 부의장 출마를 기성 사실화하고 나서면 서다. 박 의원 유력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의 출마는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의장과 부의장이 같은 지역에서 나오는 구도는 아무리 좋게 보려야 볼 수 없는 그림이다. 19대 때 같은 대전지역 출신인 강창희 전 의장과 박병석 부의장이 당을 달리해 의장단을 구성한 적은 있지만 같은 당 소속이면서 지역이 같은 의장과 부의장이 의사봉을 쥔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이런 형국이 지속된다면 충청권이 감투에 혈안이 된 지역이란 오명을 쓸까 두렵다. 최악의 경우 충청권 의장 탄생이 무위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속 당이 같고 지역조차 같으면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감투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국민 보기에도 민망할 따름이다.

충청권에선 강창희 전 의장 이후 8년 만에 의장 탄생을 앞두고 있다. 개원 국회를 앞둔 지금은 대의를 위해 이 의원이 양보의 미덕을 보일 때다. 의장이나 부의장 모두 중요하긴 마찬가지이지만 보다 충청과 정치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숙고할 시기란 얘기다. 충청권은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설치, 혁신도시 완성 등 굵직한 현안 해결에 몸 던질 큰 정치인을 원한다. 행정과 정치권으로부터 늘 소외받아온 충청이 우뚝 서려면 국회수장 자리 정도는 꿰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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