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영자씨
천하무적영자씨
△천하무적 영자씨(이화경 글·그림)= 작가는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이 책을 작업했다. `영자 씨`는 이 세상의 모든 엄마이자 할머니이다. 나이가 드는 것, 늙어 가는 것, 작가는 나이듦을 서러운 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영자 씨는 무슨 음식이든 우걱우걱 잘 먹을 수 있는 틀니와, 답답한 글자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돋보기 안경, 비가 내려도 끄떡없는 튼튼한 보행기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도 여전히 아침마다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기운차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영자씨는 `노화`라는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을 속상하고 우울한 변화로 여기지 않고,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에서 작가는 영자 씨를 세월에 지지 않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그려냈다. 크레파스를 이용한 다소 거친 표현 기법은 오히려 유쾌해 보인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인생을 살아 가는 가장 현명한 자세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진정한 삶의 지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달그림·40쪽·1만 4000원

△ 또! 복병수(임근희 지음·서지현 그림)=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중요할까, 자신의 마음의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할까. 이 책은 편견에 가려 친구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못하는 세태를 꼬집는다. 주인공 복병수는 겉으로 보기에 좀 별난 아이다.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를 안 보는 건지 남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는 아이. 보통 3학년쯤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코를 파거나 방귀를 뀌는 걸 부끄럽게 여기기 마련인데, 복병수는 아무 때나 거리낌 없이 내 보인다. 꾀죄죄한 옷을 사흘씩 입기도 한다. 그러나 복병수는 곤경에 처한 친구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아이다. 무엇이 옳은지를 잘 아는 아이. 오지랖이 태평양처럼 넓은 아이 같아 보이지만, 사실 복병수는 늘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치밀한 계획 따윈 없기에 복병수의 해결책은 위태위태하기도 하지만 마음 바탕에는 다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공감 능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혹시라도 누군가를 편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책읽는곰·96쪽·1만 원

△땅콩은 방이 두 개다(이상국 지음·신성희 그림)= 이상국의 첫 동시집은 그가 어린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반달곰, 기러기 등 자연의 친구들과 같이 살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담았다. 동시집 속 어린이가 매일 바삐 바깥세상을 뛰어다닌다고 해서 사물들을 얼렁뚱땅 보아 넘길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인은 어린 화자가 길 위의 관찰자를 넘어 세상의 일원일 수 있도록 시 곳곳에 크고 작은 자리를 내어 준다. 어린이는 길을 걷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의 리어카에 쓱 다가가 손을 보태고(언덕길), 언덕길에서 미끄러진 동네 누나가 부끄럽지 않도록 못 본 체할 줄도 아는(눈 오는 날) 오롯한 주체로 움직인다. 더욱 특별한 점은 어린이가 길 위에서 매일 마주하는 생명들을 한없이 세심한 시선으로 살피고, 작은 변화에도 온 마음을 담아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산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 특유의 그윽한 시상은 동심에 관한 따뜻한 사유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창비·104쪽·1만 800원

△한양에서 동래까지(조경숙 글·한태희 그림)= 기차도 비행기도 심지어 차도 없던 옛 조선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온라인으로 뚝딱 예약할 수 있는 호텔도 없던 그 옛날엔 지금보다 길도 더 나빴다. 꼬불꼬불한 길과 산새가 험한 고개를 넘어야 해 여행을 하기엔 쉽지 않았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상들은 옛 서울인 한양에서 지금의부산인 동래까지 아주 먼 거리도 거뜬히 여행을 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동래부사(현 부산시장)로 부임해 간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한양에서 동래까지 먼 여행길에 오른다. 지금도 고속철도로 3시간 남짓 걸리는 먼 거리를 두 친구는 어떻게 여행할지 옛 조선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볼까. 굽이굽이 옛이야기를 가득 품은 옛길에 대해 알아보고, 옛 지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알찬 정보와 조선시대 양반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해와나무·44쪽·1만 2000원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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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복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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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방이 두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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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서 동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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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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