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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기자, 베를린과 사랑에 빠지다

2020-05-06기사 편집 2020-05-06 16:55:01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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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태울 수 없어서 - 이재은 지음/위즈덤하우스/ 224쪽/ 1만 3800원

첨부사진1더는 태울 수 없어서

초중고 학창시절에는 온갖 규제 속에 입시에 매달렸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취직에 실패할까 전전긍긍했으며, 입사 후에는 일에 치여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어른이 되면 막연히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쟁터였다. 그래서 어느 서른 살 직장인은 떠났다.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으로.

1990년생 현직기자의 베를린 생활기를 담은 에세이 '더는 태울 수 없어서'가 출간됐다.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티셔츠를 좋아하는 저자에게 베를린은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였다. 패션을 사랑하는 베를린 사람들은 '획일적인 멋쟁이들'과는 뭔가 달랐다. 왁스로 머리를 올리지 않은 남자가 없을 만큼 멋 부리는데 열중하는 이들이 많은 이탈리아 피렌체나, 더운 여름에도 슬리퍼를 신은 채로는 번화가에 가지 않는 일본 멋쟁이들과도 다르다. 유독 베를린 사람들이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일까. 같은 옷을 입더라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양 흘깃흘깃 쳐다보며 몸매를 평가하는 듯한 시선이 즐비한 서울보다 편했다. 여기서는 하이힐 보다 운동화, 명품백 보다 투박한 에코백이나 백팩이 흔하다. 베를린의 휴식은 '힐링'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한국과도 결을 달리한다. 일상이 휴식이고, 자연에서 보내는 베를린 사람들에게서는 특유의 여유로움이 뿜어져 나온다. SNS에 과시하기 위해 자연 풍경을 눈 대신 카메라에 쉴 새 없이 담아대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보다 눈에 담기를 좋아하고,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읽기보다는 종이책이나 신문을 선호한다. 사람들이 늘 책을 들고 다니니 서점들도 북적인다.

베를린 사람들은 누드문화를 좋아해 전용구역이 도시 곳곳에 있다. 무려 20년 전에 성매매를 합법화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문란한 건 아니다. 클럽에서조차 정중히 허락을 구한 다음에야 함께 놀 정도다. 단순히 트렌디한 것을 넘어 거칠고 자유로운 데서 나오는 세련된 멋, 베를린은 그야말로 요즘 말하는 '힙스터'들의 도시였다.

베를린이 이토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게 된 건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해체되자 앞선 사회 분위기에 큰 반감을 느꼈고, 규칙과 동일성의 해체, 긴장감의 해소 등에 대한 쾌감도 크게 느꼈다. 베를린은 더욱더 젊고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형식이 정해진 도시가 아니라 형식이 파괴된, 실용적인 도시가 된 것이다. 문화도 자연스레 이러한 맥락을 따라갔다.

저자는 베를린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는 모습, 경쟁보다는 배려와 포용을 중시하는 모습에서 닮고 싶은 삶의 태도를 발견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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