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드디어 학교 개학 일정이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처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로 교육 현장에서는 우리의 교육 방식과 현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이슈가 드러났다. 의도치 않은 격리상황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론과 인프라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먼저 도시와 농·어촌 등 지역에 따른 교육 불평등 해소에 대한 적극적 해법으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또 한 명의 교사가 여러 학생을 대하는 기존의 일방향적인 일 대 다(1:N) 방식에서 일 대 일(1:1)이나 다 대 다(N:M) 방식 등 다양한 쌍방향 수업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이번 경험은 기존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교육 주체를 중심으로 교육철학과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9월 학기제도 뜨거운 이슈다. 미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9월에 학기를 시작하고 한국·호주·칠레 정도만 3월에, 일본은 4월 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고 남반구이므로 실제로는 대부분 가을학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학기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가 언제 재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예 이번 기회에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잔재의 청산, 봄 방학이 사라지고 여름방학이 길어져 낭비 없이 새 학년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과 과다한 사회적 비용 발생, 연관된 시험과 취업 일정의 급진적인 변화 등 단점이 상존한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절대 불변할 것으로 생각되던 학기제의 변화가 이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중등교육의 무학년제 도입과 대학에 따라 3학기나 4학기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양한 교육 방법과 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교수학습 방법을 도입할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우리의 교육 과정은 매우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한다. 물론 자주 변하는 교육 시스템은 혼란을 야기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은 주로 대학의 학생 선발을 위한 평가방식의 변화 시도들이 있었을 뿐으로 보여진다. 우리의 학생들은 OECD 국가 가운데 비교적 높은 학업 성취도에 비해 행복지수는 거의 꼴등이며 학업 관련 정서적 성취도나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 대비 학습 효율성도 매우 낮다. 그럼에도 교육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원적인 교육철학의 전환은 요원한 상태였다. 우리 국민은 많은 위기의 순간을 헤쳐나온 경험이 있고 그 고비를 이겨내면서 선진국으로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교육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로 삼고 교육학자, 교육공무원, 교사, 학부모가 함께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이러한 교육철학의 근본적인 변화는 미래 학교 공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핀란드의 발도르프 학교, 영국의 서머힐 학교, 유럽의 숲 학교 등 사례는 철학의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공간이 달라지고 다양한 가능성의 교육 환경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학교 공간 재구조화 사업도 이러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알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지겠지만 이러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기대도 된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