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목원대 총장
권혁대 목원대 총장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을 요약해서 `뷰카(VUCA)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는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 머리글자를 딴 것이며, 종합해 보면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과거부터 한국 조직문화는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지적이 자주 제기돼 왔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환경변화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대에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는 매우 부적합한 방식이 된다. 이처럼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기업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근 `애자일(agile)`의 개념에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자일은 사전적으로 `날렵한, 민첩한`이란 뜻으로 2000년대 초반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이전까지는 미리 계획된 프로세스에 따라 단계를 밟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을 따랐지만, 2000년대 들어 소규모 프로젝트가 속속 나오자 이런 방식은 오히려 방해가 됐던 것이다. 이에 2001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몇몇이 모여 `애자일 연합`을 결성해 기존 프로세스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단시간 내에 이뤄내기로 한 것이 기원이다.

애자일의 핵심은 사전에 수립한 계획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것이다. 애자일이 비록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시작됐지만, 경직된 조직문화의 혁신을 원하는 조직이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적용이 가능하다. `애자일 경영`은 미국을 움직이는 대표 IT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성공기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 LG, SK, GS 등 국내 대기업들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기법으로 도입·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가 맞이한 일상은 변화와 불확실성, 그리고 융복합 시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날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조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복잡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더불어 4차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국가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엄청난 속도로 융복합이 펼쳐지고 있다. 조직을 운영하고 경영하는데 있어 의사결정 수정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서 초기에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대로 실행해가는 방식은 불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 수정과 보완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과 실행, 개방과 효율성, 속도와 민첩성으로 대표되는 애자일의 문화가 더없이 중요하게 인식된다.

창의성은 조직이 변화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요소이다. 부서간, 직급간 칸막이에 막히고 자유롭지 못한 조직문화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적인 실행이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설익은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다. 창의성에 기반한 조직의 변화와 혁신이 성공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며, 유연한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조직은 혁신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시장이 요동치고 기술변화가 빠른 시기에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이제 기존의 높은 칸막이와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벗고 창의와 혁신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나설 때다. 조직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 그리고 신속한 실행이 권장되는 애자일의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과거의 구태와 관습을 깨뜨리고,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혁신에 나설 때야 비로소 그 조직은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는 것이다.

권혁대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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