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으니 한 잔, 날씨 궂으니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마음이 울적하니 한 잔, 기분이 창쾌하니 또 한 잔…예부터 수많은 `주당`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술을 가까이 하는 스스로를 두둔했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근대 단편소설 개척자로 불리는 현진건의 작품 `술 권하는 사회`에서 보듯 일제 강점기 속 경제적으로 무능한 조선 지식 청년은, 음주 이유를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돌렸다.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회가 술을 마시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살기 힘들고 취업은 막히고 업무 스트레스까지 이래저래 술을 마신다.

쌓인 인생고(人生苦)를 풀어내고 싶어 이 시간도 술잔은 기울여진다. 하지만 `서민의 술` 소주가 변심했다.

지난해 4월 국내 소주 업계 1위 기업이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다. 일부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이 뒤따랐다. 3000-4000원대였던 소주 값은 4000-5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일반 음식점의 수익 구조를 보면 소비자가 인상은 일견 수긍이 간다. 주 수익을 술 판매에서 거둬들이는데 납품가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마진이다.

음식보다 술이 잘 팔려야 이윤이 남는다. 대전 원도심의 한 순댓집은 훌륭한 맛과 저렴한 소주가격으로 유명하다.

이 식당도 가격 인상을 피하진 못했다. 전국 판매망을 갖춘 업계 1-2위 소주가 4000원 벽을 넘어섰고 `5000원`도 눈앞에 두고 있다.

단 지역 업체의 소주만 여전히 메뉴판 속 `3000원`으로 남아 있다. 대전·세종·충남지역 소주 회사인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해 가격동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소주 값을 유지하면서도 1병 당 5원 씩 적립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고 하니 `밑지고 장사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들을 정도다.

안타까운 건 이런 노력이 주류 소비 확산으로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점이다. 소비는 제품의 가치를 산다고 말하고 싶다. 시민 한 명의 소비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실을 감수한 `무모한 선택`을 한 주류 업체와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코로나19로 지역 상권의 한숨이 짙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크고 작은 선행을 되돌아보면서 오늘은 지역 소주 `이제 우린` 뚜껑을 힘차게 돌려보는 건 어떨까. 취재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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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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